|
미 애틀랜타 제11 연방항소법원은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의 ‘SB 264’ 부동산 규제법이 연방법과 충돌하지 않으며, 인종차별 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 대 1로 원고 측의 집행정지 요청을 기각하고, 플로리다주가 해당 법을 그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플로리다주가 2023년 제정한 이 법은 중국에 ‘거주지’(domicile)를 둔 개인 중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부동산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비(非)관광 비자 소지자나 망명 신청자는 군사기지로부터 8km 이상 떨어진 곳에 2에이커(8086㎡) 이하 규모의 주택 1채만 보유할 수 있다.
쿠바·이란·북한·러시아·시리아·베네수엘라 국민 역시 일부 제한을 받지만, 중국 국적자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력하다. 위반시 중국인 구매자는 최대 5년, 판매자는 최대 1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중국 국적자 4명으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중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수년간 플로리다에 거주해온 원고 측은 소송을 제기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작성한 로버트 럭 판사는 “SB 264 제정은 국가·개인·토지·식량안보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인종(차별)적인 동기가 아닌 국가안보 차원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동료 판사 바버라 라고아 역시 럭 판사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들 2명의 판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찰스 윌슨 판사는 “외국인 투자 규제는 전통적으로 연방정부의 권한에 속한다”며 “이번 법안은 20세기 초 중국인과 일본인의 재산 소유를 제한했던 ‘외국인 토지법’(alien land laws)을 되살린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미국 내에서 고조된 대중 경계심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자본의 토지 투자, 특히 농업 분야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정치 이슈로 떠오르며, 각 주가 앞다퉈 외국인 토지 소유 제한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단체 ‘커미티 오브 100’에 따르면 현재 최소 6개 주에서 22건의 유사 법안이 논의 중이다. 이미 텍사스 등 20개 이상의 주가 관련 제한을 시행 중이다. 텍사스에서도 유사한 법안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이 역시 원고가 법적 제소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상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지난해 SB 264에 서명하며 “공산당에 맞서는 주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차례 중국 공산당을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도 지난 7월 ‘국가 농업안보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중국 국민과 기타 외국 적대 세력이 미국 농지를 매수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판결 이후 ACLU는 “모든 사람은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집을 사고 삶을 꾸릴 자유가 있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 법률연맹의 클레이 주 회장은 “SB 264는 중국계 이민자뿐 아니라 플로리다 내 아시아계 전반에 위축 효과를 미친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