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승인 이후 공사 착수까지 이뤄진 반면, 고리 2호기 연장 가동 결정은 미뤄지고 있어 줄곧 ‘탈원전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정부의 기조가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들어 원전 해체 절차는 문제 없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가동 연장 결정은 계속해서 연기되자 일각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아니라는 주장이 점차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실제 정책 흐름만 보면 ‘탈원전’이 맞는 것 아니냐. 이제는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리1호기 해체는 이미 예정된 절차이므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연장 결정은 실질적 안전성 문제와 관계없는 행정 절차로 발목이 잡혀 있다”며 “형식적인 미비는 보완하면 되는 일이지 이를 이유로 고리2호기의 계속 운전을 미루는 것은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이 신규 원전 건설에 회의적 입장을 보이면서 이번 정부가 탈원전 기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미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에 회의적 의견을 내놓으며 ‘탈원전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 장관은 지명 이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그는 원전을 전면 배제하기보다는 탄소 감축을 위한 보조 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한편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해체 절차에 속도가 붙고 있다. 4일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 해체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해체 최종계획’ 승인 이후 진행되는 첫 공사로 1978년 가동 후 2017년 영구정지된 지 8년만의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과 ‘비관리구역 내부·야드 설비 해체공사’ 계약을 체결했으며 HJ중공업·한전KPS와 함께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해체를 수행한다. 이번 공사는 방사선 관리구역 외부의 설비를 우선 철거하는 비관리구역 해체로 시작된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총 12년간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사용후핵연료 반출(6년), 방사성 설비 해체(4년), 용지 복원(2년) 순으로 진행되며 약 1조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전의 계속운전(수명 연장) 결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가 보류되면서 재가동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일부 위원들이 방사선영향평가 보완자료를 요구하면서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달 회의에서야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결정 지연이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넘어 정부의 원전 운영 의지에 대한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에도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전력수급 불안과 정책 혼선이 동시에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원전 계속운전 결정이 또다시 연기된 데 대해 형식적 이유를 앞세운 불필요한 지연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안전성은 이미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증했고 10년 더 운전해도 문제가 없다고 평가됐는데 단지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비교표가 없다는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독립적 기구라 하더라도 정부의 정치적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부의 직접적인 지시가 없어도 전체적인 정책 기조가 탈원전에 가깝다면 위원회가 알아서 눈치를 보게 된다. 말로만 ‘탈원전이 아니다’라고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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