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라이징] 임도경, 고전과 낭만 사이에서 빚어내는 깊고 섬세한 음악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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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컬라이징] 임도경, 고전과 낭만 사이에서 빚어내는 깊고 섬세한 음악 풍경

뉴스컬처 2025-11-05 15:2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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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1월의 공기는 언제나 조금은 맑고, 조금은 서늘하다. 도심의 소음이 잦아들고, 저녁의 빛이 점차 사그라드는 시간, 인춘아트홀의 문을 열면 그 차가운 공기는 잠시 머물다 따스한 긴장으로 바뀐다. 작은 숨결 하나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을 만큼 고요해진 공간 속, 눈앞에는 무수한 음들의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일 예술의전당은 ‘THE NEXT’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인다.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임도경. 그녀의 바이올린은 시간을 가로지르는 언어처럼, 고전과 낭만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따라 서정의 숨결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임도경. 사진=예술의전당
바이올리니스트 임도경. 사진=예술의전당

임도경의 음악은 맑다. 그러나 그 맑음은 단순한 투명함이 아니라, 유리처럼 섬세하게 빛을 담은 맑음이다. 한 음을 내는 순간마다 숨결과 감정이 교차하며, 청중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21세의 나이에 뉴질랜드 마이클 힐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은 그는, 슈투트가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와 이탈리아 ArsClassica 국제콩쿠르에서도 연이어 우승하며 그 재능을 증명했다.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서도 입상한 임도경은 국제적인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과의 협연은 임도경이 가진 정제된 테크닉과 서정적 감수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첫 음반 'Amabile'(2021)과 두 번째 음반 'Rêverie'(2024)는 그 시간과 경험을 담아낸 음악적 기록이자, 내면의 심상을 소리로 옮긴 일기처럼 다가온다.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시대를 아우르는 여정을 그린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D장조 Op.12-1'에서는 고전적 구조 속에서도 청년 작곡가의 생기가 느껴진다. 풀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FP 119'는 전쟁기 속 인간적 불안과 프랑스적 위트, 섬세함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임도경의 감수성이 빛나는 무대가 될 것이다.

2부는 하이페츠 편곡의 멘델스존 '무언가 Op.19b 제1번 E장조'로 시작해 따뜻한 감정을 열고,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A장조 Op.13'으로 이어진다. 포레 특유의 투명한 정서와 내적 긴장이 임도경의 정제된 보잉과 섬세한 프레이징으로 더욱 깊이 살아난다. 피아니스트 "박영성"과의 호흡은 단순한 반주를 넘어, 음악적 대화로서 무대를 완성한다.

‘THE NEXT’ 시리즈는 늘 ‘다음’을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임도경의 무대는 어쩌면 그 ‘다음’이 아니라,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완숙과 청춘, 고전과 낭만, 균형과 떨림이 공존하는 순간. 그녀는 그 경계 위에 서서, 음악으로 시간의 결을 보여준다.

인춘아트홀의 조명이 그녀의 바이올린과 호흡을 맞출 때, 청중은 한 편의 서정적 산문을 경험하게 된다. 한 줄기 선율 속에는 연습과 기다림, 그리고 성찰이 담겨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단련시켜온 시간의 기록이며, 아직 끝나지 않은 서정의 한 조각이다.

무대는 전과 낭만, 그리고 오늘의 감성을 잇는 순간을 선사한다. 임도경의 연주가 켜는 빛과 그림자는, 음악이 품은 시간의 결을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한 편의 문학적 풍경과 같다. 청중은 그 속에서 자신만의 숨결을 맞추며, 음악과 함께 흐르는 시간을 느낄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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