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요"…보이스피싱 가담한 배우 지망생, 배심원단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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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어요"…보이스피싱 가담한 배우 지망생, 배심원단 판단은

이데일리 2025-11-05 14:46: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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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20대 배우 지망생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고인은 대중의 시선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는데, 배심원으로 참여한 시민들 모두 피고인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사진=이데일리DB)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5부(김양훈 부장판사)는 4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모(25)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해 7월1일부터 16일까지 약 2주간 보이스피싱 조직 수거책으로 근무하며 전북 군산, 서울 강동구, 충남 공주 등에서 피해자 7명으로부터 총 1억 1062만원의 현금을 수거한 혐의를 받는다.

구씨는 지난해 6월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일당 15만~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장외 코인 거래 업체의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구씨는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은 뒤 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쪼개기 송금’을 하거나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공판에 앞서 배심원 후보자로 선정된 50명 중 무작위 추첨으로 평결에 참여할 배심원 7명과 예비 배심원 1명을 선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 1심에 참여해 평결을 거친 뒤 유무죄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제도다. 배심원단 의견은 법관의 최종 판결에 대해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사건의 쟁점은 단순 수거책 역할을 맡았던 구씨가 전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했는지 여부였다.

검찰 측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수령한 뒤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조직 계좌로 송금하거나 테더 코인(가상화폐)으로 환전해 조직원에게 전송했다”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연관됐다는 것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고액의 일당을 받기 위해 이러한 사실을 외면했고, 이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고,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이유로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구씨 측은 “보이스피싱과 연관된 일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로 범행에 고의가 없었고, 피싱 조직과 공모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구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저금리 대환 대출을 해준다며 기망한(속인) 행위자는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재판부에 무죄 판결을 요청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부족한 탓에 해당 아르바이트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일인 줄 전혀 몰랐다”며 “연기자라는 꿈을 가진 피고인이 지난해 6월 오디션에 합격해 촬영을 앞둔 상태에서 해당 아르바이트가 범죄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씨도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무지로 인해 벌어진 일이고, 범행에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죄송하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법과 사회에 대해 무지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제 무지로 인해 오디션에 합격한 작품의 출연이 무산되고, 기획사와 전속계약도 해지되는 등 제 꿈을 스스로 꺾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부끄럽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좋은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다시 이뤄 사회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구씨의 범행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택하면서도 집행유예를 내려줄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구씨의 범행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한 국민참여재판 취지를 고려할 때 배심원단 평결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를 종합해 살펴보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조직적 보이스피싱 범죄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끼치고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하다”며 “피고인이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현금 수거 및 가상자산 구매 전달자 역할을 수행해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실체와 구조, 조직 내 자신의 역할 등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 7명 중 4명과 합의한 점, 합의하지 못한 3명에 대해서는 공탁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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