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봉 받던 행정가 출신 시장 마음에 훅 들어온 '시민', 그렇게 바뀐 의정부"

[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한 도시의 시장이라는게 뭔가. 시민이 원한다면 내가 가진 기준과 경험, 생각은 접어두고 법이 허용하는 틀 안에서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는 것이 첫번째 책무 아니겠나?”

임기를 시작한지 3년이 훌쩍 지나서 시민이 원하는대로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김동근 경기 의정부시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말을 다시 한번 가슴 속 더 깊게 뿌리 내렸다.

김동근 시장.(사진=의정부시 제공)

지난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의정부의 화두였던 ‘물류센터 백지화’.

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

전임 시장 시절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선거가 시작됐고 김 시장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사업을 백지화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의정부에서 나고 자란 김동근 시장은 2022년 7월 임기를 시작해 2025년 10월 물류센터 건립을 백지화하고 그곳에 기존 물류센터 사업자는 물론 주민들도 반길수 있는 대체시설을 건립하기로 하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포함된 결론을 내놓으면서 수년여 간 의정부를 시끄럽게 했던 ‘물류센터 백지화’를 매조졌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니까…”라고 운을 뗀 김 시장은 3년이 넘게 마음 조렸던 그 기억을 하나, 둘 꺼내놨다.

그는 “물류센터 생각에 밤 잠을 설치는 경우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업을 뒤엎는다는 것은 행정고시를 시작으로 반평생을 넘게 행정가로 살아온 나에게 있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시장은 “법과 규정이라는 기준으로 움직이는 행정의 틀이 있지만 오묘하게 이 틀에 걸쳐져 있는 정치와 여론이라는 영역은 내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난맥상이었다”며 “그러던 중 도시의 시장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번쩍 깨달은 순간, 행정과 정치의 가운데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배짱이 생겼다”고 말했다.

나라의 녹봉을 받고 살았던 한 행정가의 마음속으로 40만명이 훌쩍 넘는 의정부시민들의 삶이 훅 들어온 셈이다.

이후 과정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 시장은 “하루하루가 협상의 연속이었다. 시민들, 사업자와 부딪치기도 하고 설득도 하면서 결국 서로 양보점을 찾았다”며 “주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억지로 추진하면 기업에도 리스크라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고 시민들 역시 기업의 입장을 일정 부분 이해하게 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고향이자, 거주지인 의정부의 시장으로서 의정부의 몰락을 더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선 길에서 김 시장은 서로의 입장이 어떨지 들여다 보려는 변화를 이끌어냈고 그 변화를 통해 이뤄낸 소통이 지속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동근 시장은 “시민들이 반대했던 물류센터가 백지화됐고 그곳에 의정부시민의 새로운 꿈이 자라는 삶의 터전이 들어선다”며 “이 과정은 의정부시가 시민들에게 보여준 행정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자 변화와 소통이 만들어낸 지속가능한 의정부 성장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기업, 의정부시가 ‘물류센터 백지화’를 위한 3년여의 산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든든전세형 공공주택이라는 결과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