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5% 감소하며 두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종료 여파로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 충격을 완화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9월까지 6% 증가세를 이어가던 미국 자동차 소매판매는 10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5% 감소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주요 원인은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다. 9월 말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종료되면서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졌고 미국 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며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
10월 미국 전기차(BEV·FCEV)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7.2%로 줄었고 전체 판매 감소폭의 약 40%가 전기차 부진에서 비롯됐다. 업계는 "세액공제 종료와 관세 부담이 맞물리며 미국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요 완성차들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미국 점유율 1위인 제네럴모터스(GM)은 지난해부터 전기차 공장 운영 규모를 축소하며 1700여명의 인력을 감원했고 포드는 내년 전기차 200만대 생산 확대 계획을 철회했다. 닛산 역시 미국 내 전기차 신모델 투입 시점을 늦추는 등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 수요 공백을 빠르게 흡수했다.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지난달에만 6%, 1~10월까지 누적으로 30% 증가했다. IRA 종료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전기차 대신 연비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가 대체재로 급부상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10월 실적에도 이 같은 시장 흐름이 반영됐다. 양사의 미국 판매는 총 14만6137대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현대차 7만7135대(-2%), 기아는 6만9002대(+0.1%)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는 ▲아이오닉5(1642대, -63.5%) ▲EV6(508대, -70.7%) 등 주요 모델을 중심으로 61.6% 급감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합산 3만1102대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2470대) ▲엘란트라 하이브리드(2440대, +86.7%) ▲싼타페 하이브리드(4472대, +36.3%)가 호조세를 기록했다. 기아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6846대, +87.2%) ▲니로 하이브리드(2541대, +101.3%)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전기차의 부진 속에서도 탄탄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앞세워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내년까지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등 대형 SUV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전 차급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현지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후 단기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지만 하이브리드 중심의 완성차 판매가 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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