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상 위에 돼지머리가 떡 하니 올라가 있는 장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다른 음식도 많은데 왜 하필 돼지머리일까요?
농경사회에서 돼지는 한 번 잡으면 집안 식구가 며칠을 먹을 수 있는 큰 재산이었습니다.
게다가 풍만한 몸집 덕분에 '복과 재물을 부르는 짐승'으로 여겨지기도 했죠.
고사의 성격 자체가 '어떤 바람이 이뤄지길 원하는 간절한 기도'라는 점에서 가장 귀하다고 생각되는 돼지를 바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다만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리기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고사상엔 머리만 올리고 나머지 고기는 따로 나눠 먹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결국 고사 때 돼지머리가 올라가는 건 '귀한 걸 바친다'는 간절한 마음과 '고기는 또 먹어야 한다'는 생활 감각이 섞인 한국식 현실주의였던 겁니다.
현대에까지 내려오는 '고사상 위 돼지머리'는 결국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그 시대 살림살이를 비춰주는 한 장면이자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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