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위장"…현역 군인까지 가담한 마약 밀매, MZ 대거 검거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현역 군인까지 밀수책으로 가담해 시가 37억원 상당의 대마를 밀수·판매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이들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 (사진 제공=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는 A(20)씨 등 76명을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38명은 구속됐다.

이 조직은 마약 밀수에 가담한 3명, 판매에 가담한 45명, 매수·투약에 가담한 28명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밀수책으로는 현역 해군인 A씨와 그의 친구 B씨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해외 마약상 지시를 받아 올해 4~5월 태국에서 샴푸로 위장한 액상 대마, 진공 포장한 대마초 등 대마 10.2kg을 여행 가방에 넣어 인천공항으로 두 차례 국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군 복무 중인 지난 4월쯤 휴가 기간 지휘관의 사전 허가 없이 태국으로 출국해 현지 상선에게 샴푸로 위장한 액상 대마를 받아 입국했다. 이후 친구 B씨 역시 태국으로 출국시켜 여행 가방에 대마를 은닉해 국내 입국후 공범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올해 3월 해외 온라인 플랫폼상 코인 정보 공유방에서 알게 된 마약 채널 운영자를 알게 되면서 마약 밀수 제안을 받아들였다. A씨는 밀수 1번에 500만~600만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판매에 가담한 C(49)씨 등 45명은 온라인상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 사이 랜덤 채팅앱이나 해외메신저, 다크웹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자를 모집하고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송금받은 후 마약류 은닉장소를 알려주는 비대면 방식을 활용했다.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 사람들을 대상으로는 대면 판매도 병행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특성으로 마약 전과가 없는 젊은 층까지 마약류 밀수·판매에 가담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번에 검거된 유통 사범 48명 중 20~30대는 29%(14명)을 차지했는데 이중 10명은 마약 전과가 없다. 경찰은 이들이 단순 돈벌이를 목적으로 마약류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했다. 강선봉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수사계장은 “온라인에 능숙하고 여행객으로 가장하기 쉬운 젊은 세대들이 돈벌이를 위해 마약류 유통에 가담하는 경우로 분석된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젊은 세대가 상위 공급책으로 활동하고 50대 이상의 기존 마약상들이 중간·하위 판매자로 활동하는 양상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대규모 상선으로 활동했던 50~60대 마약 판매상들이 중간·하위 판매책으로 역할했다. 판매책 중 마약 관련 전과가 20번 이상 있는 경우가 4명, 마약 전과가 가장 많은 경우가 26번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 밖에도 투약자 D씨(45) 등 28명도 이들로부터 마약을 매수·투약한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들 조직으로부터 대마,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 등 시가 37억원 상당의 마약류 5.3kg를 압수했다. 이는 3만 6000명이 동시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현금 등 범죄수익 1억 3200만원도 환수했다.

강 계장은 “올해부터 온라인 마약 수사전담팀, 가상자산 전담 추적·수사팀을 통해 온라인 마약류 시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밀수책 B씨가 태국 현지 상선 측이 보낸 SNS 메시지. (자료 제공=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