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 8시간 제한' 현실화되나…노사정 대화 테이블서 본격 논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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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 8시간 제한' 현실화되나…노사정 대화 테이블서 본격 논의 예고

폴리뉴스 2025-11-05 10:52:26 신고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 지난 9월 2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 지난 9월 24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킥오프 회의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야간·심야 노동의 근본적인 제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야간 근로를 하루 8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하면서, 향후 사회적 대화 테이블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회의에서 노동계는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 3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 그날 전체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제한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단순히 수당 지급을 넘어서, 야간노동 자체를 물리적으로 줄이자는 취지다. 노동계는 "야간노동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급 발암 요인으로 지정될 만큼 인체에 유해하다"며 "장시간 근로와 결합될 경우 건강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안은 유럽연합(EU)의 근로시간 지침과 유사하다. EU는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3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야간노동자'로 분류하고, 이들의 1일 근무시간을 8시간 이하로 제한한다. 노동계는 교대제 근무 체계도 현행 2조 2교대나 3조 3교대에서 4∼5조 3교대로 바꾸어, 야간 노동자의 연속 근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와 함께 하루 최대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10시간으로 제한하고, 휴일에는 최소 24시간의 연속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일부 특례업종이나 탄력근로제 근로자에게만 보장되는 '연속 11시간 휴식제'를 일반 제도로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해당 안이 추진단의 공식 논의 안건으로 채택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경영계가 제시한 방향과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경영계는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의 결과여야 한다"며 근로시간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유연화하는 방향을 주장했다. 특히 연장·휴일·야간근로의 가산수당 할증률을 낮춰 장시간 근로 유인을 줄이고, 노사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주 52시간제로 묶인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 단위로 확대해, 현장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경영계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연속 장시간 근로나 강제 연장근로는 막되, 사업장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간 이견이 크더라도 "로드맵은 OECD 평균 수준으로 실노동시간을 낮추는 큰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라며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특히 '야간노동 사이 최소 11시간 휴식 보장제'와 '24시간 연속 휴식제도' 도입을 주요 검토 과제로 두고 있다.

이번 논의는 최근 불거진 새벽배송 근무 문제와도 직결된다. 노동계는 온라인 유통업계의 새벽배송이 노동자의 장시간 근무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벽배송 기사들이 오후 8시 30분부터 물류 분류를 시작해 새벽 3시~7시까지 배송을 마치면, 실근무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 프레시백 수거와 세척 같은 부수 업무까지 포함하면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과로사 인정 기준을 넘긴다.

노동계는 야간노동의 건강 리스크를 인정하면서도, 새벽배송을 전면 금지할지 여부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민주노총은 "필수노동을 제외한 심야 노동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새벽배송 규제는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노동시간 총량을 줄이고 주 5일 배송을 정착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와 경영계는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며 전면 중단에는 부정적이다. 다만 기사들의 건강 보호와 적정 휴식 보장은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노사 모두 이견이 없다.

노동부는 "심야배송은 사회문화적 흐름이지만, 종사자 건강도 중요한 가치"라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각계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간근로 8시간 제한' 논의는 단순히 수당 체계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 건강권 보장,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축이 충돌하는 종합적 의제다.

노동계는 건강권과 삶의 질 향상을, 경영계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다. 현실적으로는 업종별 특성과 현장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규제는 어렵다는 점에서 절충점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24시간 공장 가동이나 물류센터, 병원·교통 등 교대 근무가 필수인 업종에서는 인력 재배치와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반면 노동계는 "인력 충원과 교대 확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박했다.

이번 논의가 '사회적 대화' 수준을 넘어 실제 로드맵에 반영되면, 한국 노동시간 체계는 30년 만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야간노동의 개념이 '가산수당' 중심에서 '근로시간 상한'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로드맵 초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사회적 합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야간노동을 둘러싼 이번 논의가 장시간 근로 구조를 바꾸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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