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여성 호르몬 변화로 시작되는 갱년기는 중년 여성에게 큰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불러온다. 수십 년간 유지되던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안면홍조, 불면, 우울감 등이 나타나고, 일상생활의 불편도 커진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 갱년기 진료 인원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4년 42만명에 달했다. 이에 갱년기에 대한 이해와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창훈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와 함께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갱년기 치료 관점을 살펴본다.
한의학은 갱년기를 난소 노화로 생식 기능이 저하되고 오장육부의 정기(精氣)가 쇠퇴하는 시기로 본다. ‘황제내경’에서는 여성의 생식 활동을 7년 단위 ‘칠세(七歲)’ 주기로 설명, 35세 전후부터 정기 생산이 감소하고 49세 전후에는 생식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기록한다.
갱년기 여부는 월경 주기 변화와 증상으로 진단된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45세 이상 여성에게 월경 불순과 갱년기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폐경이행기로 간주한다. 한방에서는 경락기능검사, 자율신경검사(HRV), 혈관 노화도 측정, 설진 등 한방 검사를 통해 체질별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법을 결정한다.
갱년기 초기에는 혈관운동신경 증상이 주로 나타나 안면홍조, 상기감, 심계항진, 수족냉증 등이 동반된다. 근육과 신경에도 영향을 미쳐 어깨 결림, 요통, 두통 등이 흔하다. 중·후기에는 피부 건조, 손발 저림, 질 건조증, 성교통, 배뇨 문제 등 비뇨생식계 위축 증상이 뚜렷해지며 골다공증 위험도 증가한다. 수면장애와 감정 기복 등 정신적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 치료는 호르몬을 직접 보충하기보다 신장·간·심비 등 장부 기능의 불균형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실제로 갱년기 환자 상당수는 안면홍조, 다한증, 불면 등을 호소하며 한약·침 치료를 병행한다. 대표 처방으로는 계피탕, 청심련자음, 가미소요산 등이 활용된다. 이창훈 교수는 “갱년기는 노화에 적응해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체질에 맞는 치료로 불편 증상을 줄이고 보다 슬기롭게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여성의 약 75%는 치료 없이도 증상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유산소 운동과 필라테스로 심폐 기능과 근력·유연성을 강화하고, 상기감이 심할 때는 주변 온도를 낮추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가 진료를 통해 단계별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갱년기는 지나가는 시기지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전문적인 진단과 맞춤형 관리로 신체 균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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