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지갑이 열리고 결제액이 늘었지만 카드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증시 회복과 민생소비쿠폰 효과로 승인액 증가세가 이어졌음에도, 수익성은 되레 후퇴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론 규제, 대손비용 상승이 겹치며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프리미엄 고객과 AI 기반 신사업을 키우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소비 회복에도 수익 ‘역주행’
올해 3분기 증시 호조와 민생소비쿠폰 등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서 카드 승인 금액이 상승했다. 소비회복에도 카드사의 순익 감소가 이어지면서 업황에 빨간불이 켜졌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6곳(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6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최근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327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승인 건수도 78억3000만건으로 5.5% 늘었다.
협회 관계자는 “주가 상승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호조, 시장금리 하락세, 소비쿠폰 등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소비 개선이 뚜렷해지고 있고, 차량 판매 증가 등으로 전체 카드승인 실적도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소비는 늘었지만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카드론 규제, 대손비용 증가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카드사가 순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3분기 순이익은 ▲삼성카드 1617억원(4.2%↓) ▲신한카드 1338억원(22.9%↓) ▲KB국민카드 993억원(13.4%↓) ▲하나카드 598억원(11.8%↓) ▲우리카드 300억원(46.4%↓) 등 대부분의 카드사가 전년 대비 악화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카드만 전년 대비 17.3% 상승한 255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만 웃었다…프리미엄·상품 경쟁력 승부
유일하게 수익이 상승한 현대카드는 제품 개발과 고객 확보에 힘썼다. 소비력 있는 회원들을 모집해 신용판매액이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는 수익 상승의 원동력으로 ‘상품 경쟁력’을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 라인업 강화를 통해 우량 회원 중심 회원수 증가와 함께 신용판매취급액이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업황 악화 속 카드사는 연회비 10만원~200만원대의 프리미엄 카드 출시에 나서며 소비력 있는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카드 ‘라움 오’, 신한카드 ‘더 프리미어 골프 에디션’, KB국민카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현대카드 ‘더 블랙’, 우리카드 ‘더 체어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수익원 발굴도 활발하다. KB국민카드는 AI 기반 신용평가모델·신용정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고, 삼성카드 역시 “플랫폼, 데이터, AI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체율 안정에 집중…‘내실경영’ 당분간 유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카드사들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연체율 관리 성과가 두드러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일단은 내실 다지기, 체력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분기 1.61%에서 2분기 1.50%, 3분기 1.37%로 낮아졌다.
신한카드 외에도 6개 카드사의 3분기 연체율은 직전 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평균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1.42%에서 9월 말 1.32%로 낮아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이 규제되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카드사 전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통한 내실 경영과 우량 회원 확보에 힘쓰면서 업황 회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