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구형 CT 모습만"…당국자 "장비 확보에 어려움 겪는 듯"
러시아 보건장관, 최근 평양종합병원 방문…北보건상과 장비 공급 논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이달 초 개원한 북한 평양종합병원이 외관은 번듯하지만, 구비한 의료 장비는 이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종합병원은 착공 5년 반 만에 준공돼 지난 3일 진료를 시작했다. 북한 매체들은 개원 소식을 전하며 "세계 일류급"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준공식에서 "정말로 제일 하고 싶었던 일들 중에 마음 속 제일 첫 자리에 항상 놓고 있었던 사업"이라며, 평양종합병원이 보건 현대화의 '모체 기지'가 될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준공식 때 공개된 사진에 담긴 외관만 놓고 보면 한국의 5대 대형종합병원, 이른바 '빅 파이브'(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버금갈 정도라는 평가다. 이들 병원은 2천병상 안팎의 규모를 자랑한다.
널찍한 로비와 대형 콘퍼런스룸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고 옥상에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헬리포트도 마련됐다.
그러나 의료 장비는 아직 크게 부족해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준공식 사진에 담긴 의료 장비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엑스선 장비 정도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도 보이지 않는데, 구비했다면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CT 장비도 구형인 것으로 보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A씨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CT 장비에 대해 "'단일절편나선식 CT(SSCT) 장비로 보인다"며 "국내 주요 대학병원은 더 신속하고 정밀한 영상을 구현하는 최신 다중절편나선식 CT(MDCT)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기기는 대북 제재 대상인 경우가 많은 데다 고가 장비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보도 사진을 근거로 평양종합병원이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김 위원장 시찰 때 병원 내부에서 가장 고가 장비가 CT인 걸 보면 당시 평양종합병원이 최신 MRI 등 고가의 첨단 의료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의료 장비 확보 등 보건 현대화도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은 지난달 31일 미하일 무라시코 러시아 보건부 장관이 북한을 실무 방문해 정무림 북한 보건상과 회담하고 러시아 의약품 및 의료기기 공급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무라시코 장관은 러시아 전문가그룹과 함께 평양종합병원 등 여러 병원도 방문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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