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하수구와 골목 틈에서 재빠르게 움직이는 쥐들이 도심 곳곳을 활보하고 있다. 작은 체구에 비해 놀라운 생존력과 번식력을 가진 쥐는 사람의 눈을 피해 살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리와 공원, 지하철역 인근에서도 쉽게 목격되고 있다. 건물 틈새, 음식물 쓰레기 주변, 하수관이 주요 이동 통로이자 서식지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서울 곳곳에서 쥐 출몰 신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늘고 노후 하수관이 방치되면서 서식 환경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서울시는 인공지능(AI)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방제 시스템’을 도입해 도심 내 설치류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다.
쥐의 생김새와 서식지 그리고 습성
쥐는 쥣과(Muridae)에 속하는 포유류로, 몸길이는 10~25cm 안팎이다. 꼬리가 길고 유연하며, 앞발은 네 개, 뒷발은 다섯 개의 발가락을 가진다. 대부분의 종은 회색이나 갈색빛 털을 지니며, 어두운 공간에서도 시각 대신 후각과 청각에 의존해 움직인다. 앞니는 평생 자라기 때문에 항상 단단한 물체를 갉으며 길이를 유지한다.
쥐는 적응력이 뛰어나 거의 모든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주로 지하나 건물 틈, 하수구, 지하철 환기구 같은 어두운 공간을 은신처로 삼는다. 시궁쥐나 집쥐는 도시와 농촌 모두에서 서식하며, 사막에서는 메뚜기쥐 같은 종이 독성 곤충을 사냥하기도 한다.
활동 시간은 대부분 야간이며, 빠른 움직임과 점프력, 뛰어난 균형 감각으로 높은 곳을 오르거나 좁은 공간을 통과할 수 있다. 머리만 들어갈 수 있다면 몸 전체가 통과할 정도로 유연하다. 번식력도 매우 높다. 암컷은 생후 6개월이면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한 번에 10마리 안팎을 출산한다. 생태계 내에서 빠르게 개체 수가 늘어나는 이유다.
쥐의 청각은 사람보다 훨씬 예민해 초음파로 서로 소통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음악 리듬에 맞춰 머리를 흔드는 행동도 관찰됐다. 뛰어난 생명력과 적응력 덕분에 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발견된다.
쥐, 인간에게 해로운가
쥐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가장 밀접하게 살아온 동물이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에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지만, 곡물을 저장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경쟁자가 됐다. 쥐는 잡식성으로, 곡물·과일·고기 등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먹는다. 그 과정에서 식량 손실, 전선 훼손, 화재 같은 피해를 유발한다.
쥐가 옮기는 질병은 더욱 위험하다. 렙토스피라증, 유행성 출혈열, 페스트(흑사병) 등은 모두 설치류를 매개로 전파된다. 특히 페스트는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하게 한 전염병으로, 쥐에 붙은 벼룩이 주 원인이었다.
도시에서는 전염병뿐 아니라 위생 문제도 크다. 하수구나 음식물 쓰레기 주변을 돌아다니며 세균과 기생충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또한 벽, 가구, 전선 등을 갉는 습성으로 건물 내 시설 피해가 빈번하다. 일부 쥐는 달걀이나 병아리 같은 작은 동물도 공격하며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쥐는 구토 반사 기능이 없어 먹은 것을 토하지 못한다. 독약을 먹었을 때 바로 죽지 않고 며칠 동안 활동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제 시에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늘어나는 쥐 목격 신고
서울 도심에서 쥐가 자주 보인다는 신고가 빠르게 늘고 있다. 여의도, 남대문시장, 지하철역 인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목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거처럼 어두운 하수구가 아니라 사람 왕래가 많은 거리나 공원에서도 쥐 떼가 관찰되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따뜻해진 겨울과 긴 여름으로 인해 쥐의 번식 기간이 늘어났다. 둘째, 공사 현장이 많아지며 기존 서식지가 파괴돼 도심으로 이동한 개체가 늘었다. 셋째,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늘어나 먹잇감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구별로 스마트 구서 장비를 설치하고, IoT 센서를 통해 출몰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쓰레기 방치 NO, 음식물 밀폐 YES’ 캠페인도 병행하며 시민 참여형 방제 체계를 강화했다. 설치류 매개 감염병 발생 지역은 반경 500m를 집중 방제 구역으로 지정하고, 발생 2주간 현장 조사를 이어간다.
공동체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즉시 밀폐 배출하고, 창고와 배수구를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틈새는 막고, 트랩이나 포획기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높다. 특히 공사 현장은 폐자재를 신속히 처리해야 쥐가 서식할 공간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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