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자신감 넘치고 주도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지나쳐 타인을 지배하거나 공감이 결여된다면, 그 매력은 어느새 불안으로 바뀐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성향을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라 부른다. 자기애,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성향이 결합된 어두운 성격으로, 놀랍게도 이런 사람들이 첫인상에서는 더 매력적으로 평가된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 자신감이 만든 착각, '자기애의 매력'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교의 에마누엘 야우크 연구팀은 18~32세 남녀 90명을 대상으로 스피드 데이팅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단시간의 대화 후 상대의 호감도와 매력을 평가했는데, 자기애적 성향이 높은 남성이 여성들로부터 더 많은 연락처를 얻고, 단기·장기 관계 모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자기 확신과 외향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야우크 교수는 "자기애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능숙하게 연출하고 유능한 인상을 준다"며, "자신감이 첫인상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2016)에 게재됐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적당한 자기애'가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고 본다.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태도는 안정감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확신은 공감의 결핍으로 이어지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매력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 공감의 결핍이 부르는 '위험한 끌림'
문제는 관계가 길어질수록 이런 매력이 불균형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나이지리아 연구팀은 가정 폭력 피해 여성 3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공감 능력이 높은 피해자일수록 가해자와의 '외상적 유대(traumatic bonding)'가 강하게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폭력과 보상이 반복되는 관계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더 깊이 매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감이 상대의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강화해, 관계를 끊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2022)에 발표됐다.
또 다른 연구인 'Evolutionary Psychological Science'(2017)에서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일정 수준에서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세르비아 교도소 수감자 181명을 분석한 결과, 사이코패스 점수가 높은 남성일수록 자녀 수가 많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냉정함과 조종 능력 같은 사이코패스적 특성이 특정 환경에서는 유리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연구자들은 이러한 특성이 '가혹한 환경에서만' 생존 이점을 가질 뿐, 사회적 관계나 장기적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결국 '나쁜 남자'의 매력은 순간적이다. 자신감은 호감을 끌지만, 공감 없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매력은 눈에 보이지만, 신뢰는 시간을 견딘다"며, "진정한 매력은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공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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