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웰터급 다크호스로 떠오른 고석현/ 출처 : 게티이미지
지난 11월 2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APEX 경기에서 필 로(Phil Rowe)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쥔 고석현, 코리아 타이슨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1. 삼보 세계 챔피언에서 UFC까지
」고석현은 1993년생으로 만 32세입니다. 아주 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많은 나이도 아닌 절정의 기량을 갖춘 딱 좋은 나이입니다. 키는 177cm로 웰터급에선 다소 작은 편이지만, 77kg의 탄탄한 체격으로 타이슨이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체구입니다. 2017년 FIAS 세계 삼보 선수권대회에서 -82kg 금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고, 국내 AFC(엔젤스파이팅) 웰터급·미들급, 일본 HEAT 미들급 등 세 개 단체의 챔피언 벨트를 모두 거머쥐었습니다. 육군 수색대 병장 만기전역자인 군필이고요. 어릴 때부터 레슬링 매트 위에서 뒹굴고, 군대에서 산을 타고, 이제는 옥타곤 위에서 사람을 던집니다. 인생 전체가 체력 훈련입니다.
2. 그라운드 마스터
」고석현의 스타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지속 압박형 그라운드 마스터입니다. 그의 레슬링은 한 번 잡히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끈적합니다. 필 로처럼 리치가 길고 타격 중심의 선수도 그의 태클 한 번에 바닥에 붙었는데요. 고석현의 주요 기술 중 하나는 낮은 자세에서 허리를 파고들며 두 다리를 감싸는 전통적인 레슬링 태클이 있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한 기술이죠. 유도 기술도 종종 선보이는데요. 상대 무게중심을 역으로 이용해 뒤로 떨어뜨리고, 이내 사이드 포지션으로 이어가는 기술이죠. 이후에는 파운딩 사레가 쏟아집니다. 타격 실력도 출중한데요. 필 로 전에서 짧지만 임팩트있는 공격력을 보여줬죠. 복서형 리듬으로 전진 타격하는 것도 코리안 타이슨의 시그니처 무브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석현의 강점은 체력입니다. 3라운드 끝날 때까지 페이스가 무너지지 않는데요. 코너 워크아웃 때 땀 한 방울 안 흘린다는 게 농담이 아니라, 하바스팀의 심폐훈련과 감량 관리의 결과입니다.
3. 이정원 관장과 하바스 MMA
」고석현의 훈련을 총괄하는 인물은 하바스 MMA의 이정원 관장입니다. 김동현의 동료이자, 국내 MMA 피지컬 트레이닝의 선구자 중 한 명이죠. 감량, 회복, 컨디셔닝까지 모든 루틴을 데이터로 관리하며 감정 대신 수치로 말하는 코치로 유명합니다. 이정원 관장은 DWCS(데이나 화이트 컨텐더 시리즈) 캠프 때부터 고석현의 트레이닝 파트너 겸 실질적 전략 설계자 역할을 맡았습니다. 경기 전에 고석현 선수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석현아, 네가 가장 잘하는 걸 하면 돼. 붙잡고 흘리지 마.”라고 조언하는 이정원 관장의 목소리가 늘 들리죠. UFC 진출 이후에도 그의 코너에는 늘 이정원 관장이 있습니다. 묵직한 레슬링 기반의 경기 운영은 하바스팀이 만들어낸 철저한 훈련 시스템의 결과입니다.
4. 매미킴 사단
」고석현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스턴건 김동현입니다. 두 사람은 형제 같은 관계인데요. 무엇보다 고석현은 김동현의 유튜브 채널 〈매미킴TV〉에 단골 출연자로 이름과 얼굴을 알렸습니다. 바싹 자른 짧은 머리에 무표정할 때는 다소 무섭게 보이는 고석현이지만, 유튜브에서 웃긴 순간들은 꽤 여러차례 만들어내며 김동현 사단에서 나름 귀여운 캐릭터로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비롯한 훈련을 담은 영상에선 매우 진지한 모습,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김동현은 한때 “이 친구는 내가 못한 걸 이룰 수 있는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을 했죠. 태국의 무에타이 캠프, 일본의 유도 체육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지훈련까지, 고석현은 매 회마다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호감을 차곡차곡 쌓아갔습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션 스트릭랜드(전 UFC 미들급 챔피언)와의 스파링에서 고석현은 스트릭랜드의 풀스피드 펀치를 맞아가며 버텼고,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5. 고석현의 UFC 다이어리
」현재까지 고석현의 UFC 행보는 순탄한데요. 첫 번째 데이나화이트 컨텐더 시리즈에서 자카리아 패터슨을 상대로 19% 언더독 평가를 받았지만, 3라운드 내내 테이크다운 5회, 컨트롤 타임 11분을 기록하며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습니다.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한국에서 진짜 선수가 왔다는 칭찬을 하며, 바로 UFC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UFC에서의 첫 경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고석현 선수는 경기가 불발되는 상황도 겪어야 했는데요. 어렵게 잡힌 데뷔전은 UFC에서 3연승 중이던 영국 유망주 오반 엘리엇이었습니다. 고석현은 유효타 107-23, 컨트롤 12분 기록하며 한국 그래플링의 참맛을 보여줬습니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고석현은 5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미국 선수 필 로를 상대했는데요. 필 로는 리치 203cm의 타격가로 키 차이가 상당했지만, 압도적인 그래플링으로 승리를 거뒀습니다.
6. 웰터급의 다크호스, 다음 펀치는 어디로?
」고석현의 종합격투기 전적은 13승 2패. UFC에선 2연승 중입니다. 아직 유망주라고 평하기는 이른데요. 고석현 역시 배우는 중이라 말합니다. 이겼지만 판정이라 아쉽습니다는 겸손한 말에선 경기를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죠. UFC 레전드 다니엘 코미어는 고석현의 경기를 보고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는 이미 완성된 선수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MMA는 지금 세대교체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좀비와 스턴건의 뒤를 이를 수 많은 한국 선수들이 UFC 무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석현 차례입니다.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