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모네·반다이크·엘 그레코 등 르네상스∼모더니즘 거장 60명 작품 65점 출품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전체 작품 가액만 2조원이 넘는 서양 미술사의 거장 60명의 작품 65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부터 프란시스코 데 고야, 엘 그레코, 클로드 모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까지 서양미술사 책에 단골로 등장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이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개관 100주년 기념으로 문화콘텐츠 전문기업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와 공동 기획한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이 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유럽 남북부의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신고전주의, 사실주의∼인상주의, 20세기 모더니즘 등 5부로 구성됐으며 르네상스에서 모더니즘까지 서양 미술사 600년을 대표하는 작가 60명의 유화 63점과 조각 2점이 출품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520년경에 만들어진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을 만날 수 있다. 향유병과 화려한 치장을 한 막달라 마리아가 예전의 삶을 버리고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한 순간을 나타낸 그림이다.
루이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제자로 구성 요소나 명암법, 독특한 얼굴형 등에서 스승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다빈치 특유의 '스푸마토'(안개처럼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형태의 윤곽을 없애는 기법)를 매우 유사하게 사용한다.
루이니의 많은 작품이 다빈치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루이니의 작품으로 규명됐는데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역시 다빈치 작품으로 알려졌다가 최근 루이니 작품으로 밝혀진 그림이다.
네덜란드 작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그리스도의 체포'도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보스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현재 단 25점의 유화만이 남아 있다.
그는 자기 그림에 서명을 잘 하지 않는데 이 작품을 보면 예수의 제자 성 베드로가 치켜든 칼날에 보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스페인 작가 호세 데 리베라의 '성 바르톨로메오'와 그레코의 '참회하는 성 베드로',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의 '성 에로미노'와 '하느님의 어린 양',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등 5개 작품은 별도의 공간에 전시됐다. 이 방에서는 바흐의 성가 등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선택한 음악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모두 하느님의 은혜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참회하는 성 베드로'는 그레코의 대표작이다.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가 슬픈 얼굴로 회개하는 모습을 그렸다. 베드로의 슬픔이 생생히 전해지는 작품으로, 이 그림이 그려진 16세기 말에는 그림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공감하는 표현 방식이 유행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고야의 '라 로카 공작 비센테 마리아 데 베라 데 아라곤의 초상'은 중병을 앓고 청각 장애를 입은 뒤 만든 그림이다. 왕실 화가였던 고야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길 원했고, 왕의 허락을 받아 그가 존경하던 라 로카 공작의 초상화를 그렸다.
고야는 이 그림에서 새로운 실험을 한다. 화면 속 인물이 살짝 입술을 벌리고 있어, 마치 말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고야는 인물이 말을 걸고 있다고 관람객이 느끼게끔 묘사했다.
이 밖에도 모네의 유명한 건초더미 연작을 예고하는 선구적 작품 '샤이의 건초더미들'과 윌리엄 아돌프 부그로의 '양치기 소녀',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의 소년' 등 교과서에서 보던 명화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샌디에이고 미술관 최고경영자(CEO)이자 총괄 디렉터인 로사나 벨라스케스는 "개관 100년 이래 상설 컬렉션이 이번처럼 대거 해외에서 공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단순히 명화를 감상하는 자리를 넘어서 서양 미술 거장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대 미술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026년 2월 22일까지.
laecorp@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