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디셀러 초콜릿 페레로·누텔라·킨더 상속자들의 '쓴맛 신경전'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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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초콜릿 페레로·누텔라·킨더 상속자들의 '쓴맛 신경전' 전운

르데스크 2025-11-04 17:22: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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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재계 서열 1위이자 글로벌 초콜릿 기업 '페레로그룹' 오너인 '페레로(Ferrero)' 가문 내부의 잠재적 갈등이 유럽 재계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고수해 온 장자 승계 원칙과 뜻밖의 변수로 생겨난 새로운 원칙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동안 일찍 세상을 떠난 선대 회장의 장남과 어린 조카들을 대신해 차남이 경영을 이끌어왔는데 조카들이 성년이 되면서 경영권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페레로 가문은 누텔라(Nutella)를 비롯해 페레로 로쉐, 킨더, 틱택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페레로S.p.A (Ferrero S.p.A·이하 페레로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가문의 자산은 약 450억 달러(약 64조원)에 달한다. 스니커즈와 엠앤엠즈를 생산하는 미국 마스(Mars) 가문의 강력한 라이벌이기도 하다. 또 이탈리아 재벌 가문 중 유일하게 글로벌 부호 순위 50위권에 속해 있는 1위 재벌 가문이기도 하다.

 

뜻밖에 생긴 가문의 변고에 깨진 장자승계 전통…왕좌 차지한 차남, 공격적 M&A로 승부수

 

현재 페레로그룹을 이끄는 인물은 지오바니 페레로(Giovanni Ferrero) 회장이다. 그는 가문의 차남으로 본래 경영권을 물려받을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가문의 장자이자 형인 피에트로 페레로 주니어(Pietro Ferrero Jr.) 전 CEO가 47세의 젊은 나이에 남아프리카에서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피에트로 주니어는 슬하에 자녀 세 명을 두었으나 당시 모두 미성년자라 경영을 이끌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오랜 장자승계 전통을 깨고 차남 지오바니가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게 됐다. 이후 부친 미켈레 페레로(Michele Ferrero) 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장에 올랐고 단독 경영 체제가 완성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지오바니는 가문 내에서 '이단아'로 불릴 정도로 진보적 성향이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페레로 가문은 장인 정신을 가장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페레로 그룹의 창업주인 피에트로 페레로(Pietro Ferrero)부터 이어져왔다. 과거 피에트로는 이탈리아 알바로에서 제과점을 운영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기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공급망 문제로 이탈리아 전역이 초콜릿 부족현상을 겪을 때 소량의 설탕과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초콜릿 양을 대량으로 늘린 '잔두야(Gianduja)'를 개발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오늘날 페레로그룹 최고 인기 제품인 '누텔라'가 잔두야의 후속 제품이다.

 

제품개발 중심의 장인 정신은 2대 회장이자 창업주 장남인 미켈레에게도 이어졌다. 미켈레는 페레로그룹을 중견기업에서 글로벌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킨더 초콜릿, 틱택, 페레로 로쉐 등은 모두 그의 재임기 중 탄생한 제품들이다. 부친의 잔두야를 개량해 오늘날 누텔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지오바니는 선대 회장들과 다른 색깔을 지녔다. 제품 보다는 재무·투자 전략에 강점을 보이며 그룹의 성장 방식 또한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주력했다. 지오바니는 선대 경영철학으로는 미국의 마스를 뛰어 넘는 글로벌 1위 초콜릿·캔디 기업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부친 미켈레의 생전에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려웠던 지오바니는 2015년 미켈레 사망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영 전략을 실현해나가기 시작했다. 2017년 미국의 캔디컴퍼니를 시작으로 영국의 폭스비스킷(Fox's Biscuits)·젤리벨리(Jelly Belly)·켈젠(Kelsen), 브라질 도리알리멘토스(Dori Alimentos)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식품기업들을 줄줄이 인수했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미셰오귀스턴(Michel et Augustin)까지 인수했다. 지오바니의 공격적인 확장 전략에 힘입어 페레로 그룹은 단기간에 마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콜릿·제과 산업의 글로벌 양강 체제로 부상했다.

 

M&A 광폭행보 삼촌 vs 장자승계 전통 조카…"페레로그룹 잠재적 갈등 터질까" 관심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페레로그룹은 37곳의 생산 공장, 50곳의 글로벌 지사, 86개 브랜드 등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지배구조만큼은 단순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페레로그룹은 비상장사인 페레로 가문 신탁사(Ferrero Family Trust)가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올라 있다. 신탁사는 지오바니를 비롯해 형인 피에트로 주니어의 자녀인 마리 에더 페레로(Marie Eder Ferrero), 존 페레로(John Ferrero), 마이클 페레로(Michael Ferrero) 등 가문 구성원들이 지분을 나눠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에트로 주니어 자녀들의 구체적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의 성향 상 균등 배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페레로그룹은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그룹이 직접 설립한 39곳의 기업군이며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인수한 47곳의 기업군이다. 직접 설립한 기업군에는 기존의 주력 제품을 판매하는 누텔라, 킨더, 페레로 로쉐 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인수 기업군에는 유명 제품을 보유한 기업과 중소 식품업체 등이 혼재돼 있다. 지금도 시리얼 사업 진출을 위한 미국 WK켈로그 인수전 참여 등 계속해서 M&A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어 향후 인수 기업군의 덩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 재계에서는 머지않아 페레로그룹 내에서 잠재적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성년이 된 피에트로 주니어의 자녀들이 장자승계 전통과 적통 지위를 내세워 지오바니의 경영권 반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재계 전문 매체 패밀리 캐피털(Family Capital)은 "피에트로 주니어의 사망으로 회사의 방향성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지오바니가 그룹을 이끌게 된 순간부터 가문의 규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세대가 교체될수록 지배구조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페레로 그룹의 지배구조는 향후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페레로 그룹 인기상품 페레로로셰 제조 공장 전경. [사진=유튜브갈무리]

 

유럽 재계의 분석에 따르면 아직까진 조카들이 직접적인 경영권 개입이나 불만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지오바니 역시 장기적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 회장에 오르면서 페레로그룹 역사상 최초로 가문 외부 인사인 라포 치빌레티(Lapo Civiletti)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한 것이 그 증거다. 전문경영 체제의 성과가 입증될 경우 장자승계, 적통 등 경영권 반환 요구 명분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페레로그룹은 연결 기준 매출 184억 유로(약 27조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페레로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문 내부의 움직임은 향후 국내 식품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한 페레로그룹이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페레로그룹은 2018년 싱가포르에 아시아 지역본부를 신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글로벌 K-푸드 열풍을 의식한 페레로그룹이 한국 식품기업들을 M&A 대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페레로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가문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될 경우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지오바니는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M&A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의 식품 재벌이 최근 컴포즈커피를 인수했듯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페레로그룹 역시 아시아 확장 전략과 가문 내부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한국 기업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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