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의 거취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대표의 연임이 현재 뇌물수수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리더십과 독립경영을 강조해 온 윤 대표의 리더십을 동시에 판가름 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앞서 강 회장이 윤 대표 대신 다른 인사를 NH투자증권 대표로 추천했다가 실패했다는 점에서 윤 대표의 연임은 강호동 리더십의 위기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반대일 땐 여전히 강 회장의 파워가 건재하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反강호동 인사 윤병운 연임에 쏠리는 눈…연임 여부 따라 '강호동 리더십' 판가름
윤 대표는 옛 LG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기업금융본부, IB(투자은행) 사업부문 등을 두루 거친 정통 IB 전문가다. 30여 년간 기업금융 부문에서 굵직한 M&A(인수합병)와 IPO(기업공개) 거래를 다수 성사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NH투자증권 대표로 발탁됐다. 그의 대표 발탁에는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이하 농협금융)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가 NH투자증권 대표에 오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 회장이 지난해 3월 중앙회장 취임 직후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의 신임 대표 후보로 추천했으나 이 전 회장은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다. 증권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이 전 회장의 의지대로 윤 대표가 NH투자증권 수장이 됐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그의 현실은 섣불리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를 발탁한 이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데다 강 회장 임기 중 발탁된 이찬우 농협금융 회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이 회장 임기 초 함께 NH투자증권을 방문하는 등 이 전 회장 때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상장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전체 지분의 58.15%(6월 말 기준)를 농협금융이 소유하고 있다. 또 농협금융이 직접 임원 인사에 관여하진 않지만 임추위에 참여하는 이사회 구성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윤 대표 임기 중 발생한 내부 임·직원의 충격적인 비위 행위도 연임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금감원·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수사 결과, NH투자증권 소속 한 고위 임원이 NH투자증권이 주관한 11개 상장사의 공개매수(TOB) 관련 정보를 가족, 직장 동료, 지인 등에게 미리 전달해 총 2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해당 사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식 부당거래 패가망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내부통제 책임자인 윤 대표 역시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고 윤 대표 연임이 100% 불가능한 상황만은 아니다. 우선 윤 대표의 경영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 1조23억원, 순이익 7481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36.6%, 당기순이익은 29.7% 각각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사업 인가도 신청한 상태다. IMA는 증권사의 원금보장형 금융상품으로 은행의 예·적금 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가 특징이다. 만약 IMA 사업을 인가 받을 경우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활용해 더욱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윤 대표 연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강호동 리더십' 또한 최근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지난 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중앙회에 있는 강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전후로 중앙회 계열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용역업체 대표 A씨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강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강 회장은 앞서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일 경우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윤 대표의 연임 결과가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강호동 리더십'의 수준을 판가름 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 강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반대일 경우엔 강 회장이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협 내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윤병운 대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온 과거 회장이 교체돼 상황이 좋진 않지만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역시 자리를 장담할 상황은 아닌 만큼 이번 NH투자증권 CEO 인사 결과가 현재 농협 내부의 분위기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강 회장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농협 내부의 권력 이동이 생겨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핵심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윤 대표의 연임 여부는 회사를 넘어 농협 전체의 정치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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