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통령실과의 의견 차이로 철회한다는 의사를 내놨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진정성을 의심하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주요 인물들이 중형을 선고받은 것을 필두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재판이 재개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논리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본회의에 계류된 재판중지법을 즉각 폐기하고 배임죄 폐지 시도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재판을 멈추려다 여론의 벽에 부딪히자 이번에는 죄목 자체를 지우겠다는 발상, 즉 ‘배임죄 폐지’를 꺼내 들었다”며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있는 대장동·백현동 사건의 핵심 혐의가 바로 배임이다. 결국 법을 없애 재판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중지법과 배임죄 폐지는 한 몸이다. 하나는 재판을 멈추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죄를 없애는 법”이라며 “두 법안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 하나,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 면죄부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중단하도록 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재판중지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길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국정안정법’이란 이름으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재판중지법을 처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 협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계류돼 있었는데, 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다면 즉시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하루 만에 ‘재판중지법’ 추진을 철회한 것은 거센 여론의 반발에 이어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을 반영한 대응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중지법 철회 방침을 밝혔음에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법안이 본회의에 계류돼 있는 만큼 명칭만 변경해 재추진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이에 이들은 법안의 완전 폐기를 요구함과 동시에 이 대통령의 5건의 재판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구체적으로 이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있는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1심 △검사 사칭 위증교사 사건 2심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피의자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 땅에 법치와 공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야당을 지워버리고 본인의 재판을 중단시키기 위해 사법부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로 나아가겠다고 하는 무도한 이재명 정권에 맞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수뇌부로 이 대통령을 지목하며 정조준에 나섰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게 징역 4~8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를 통해 “대장동 개발 비리에 가담한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며 “법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가 성남시 수뇌부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공세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재부각함으로써 정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대통령 당선 전 이어왔던 5건의 재판은 이 대통령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재판은 헌법 제84조가 보장하는 불소추 특권에 따라 중단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공세 프레임으로 적극 활용해 지지층 결속과 여론 선점에 주력하고 있는 상태다.
대장동 배임 혐의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 핵심 쟁점인 ‘배임죄 폐지’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여전하다.
결국 재판중지법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정국의 긴장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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