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내수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라면업계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고물가 속 단순한 가격 경쟁 대신 맛과 품질로 승부를 걸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프리미엄 라면의 성공 가능성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삼양식품은 지난 3일 신제품 ‘삼양 1963’ 발표회를 열고 본격적인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삼양 1963’은 창업주 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신제품에는 삼양식품의 역사적 의미를 담았다.
‘삼양 1963’은 ‘우지파동’ 이후 36년 만에 선보인 ‘우지라면’이다. 대형마트 기준 가격은 1봉지 1538원, 4입 6150원으로 기존 라면보다 높은 가격대로 형성됐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과 유사한 금액대로, 일반 라면(1000원 안팎)보다 30~50% 비싸다.
채혜영 삼양식품 브랜드부문장은 “소비자 가격이 비싼 편은 맞다”라면서도 “과거의 소비자 인식과 달리 지금은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수용도가 많이 열려있다. 잘 만든 라면이라면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양 1963'은 삼양브랜드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미식 라면이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은 맛 등을 한층 높여 차별화된 풍미를 구현했다는 사측의 설명이다. 이번 신제품에 1960년대 라면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 오뚜기는 ‘라면비책’ 하림은 ‘더 미식 장인라면’ 등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국물라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공통 전략은 ‘가격보다 맛’이다. 고환율과 원재료 가격 상승, 유통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고품질 이미지로 소비자 설득에 나서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이 단순 간편식이 아니라 ‘하나의 식사’로 자리 잡은 만큼, 프리미엄 수요가 점차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고급 재료와 차별화된 맛으로 무장했더라도 소비자 체감 가치는 가격에 비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제품은 ‘비싼 라면’이라는 인식만 남긴 채 재구매율이 높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다른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은 결국 ‘납득 가능한 이유 있는 비싼 맛’을 보여줘야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향후에는 단순 원재료뿐 아니라 스토리, 브랜드 감성 같은 요소도 함께 고려된 제품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소비 위축 속에서도 라면업계가 잇따라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운 만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만큼의 맛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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