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혁명 속에서 메모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 용량 경쟁을 넘어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자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SUMMIT 2025’에서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진행된 세션에는 SK하이닉스 박경 비즈니스 인사이트 담당, 주영표 시스템 아키텍처 담당이 발표자로 나섰다.
메모리 산업, 맞춤형 솔루션 시대로
박 담당은 “AI가 촉발한 IT 산업의 혁명적 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관련 기술들이 데이터센터로 집중되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막대한 워크로드,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 소프트웨어·서비스 전환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목할 점은 시장 구조의 근본적 변화다. 5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는 올해부터 매출 대비 자본투자(CAPEX)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였다. 박 담당은 “과거와 달리 매출·이익·캐시플로가 건전하게 유지되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임을 강조했다.
메모리 산업도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 시장으로 전환됐다. SK하이닉스는 2030년 메모리 수요를 웨이퍼 기준 약 4100만 장으로 예측한 반면, 공급 가능량은 약 3000만 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담당은 “이제 메모리 업체는 최선의 조합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 시스템과 워크로드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전날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발표한 ‘커스텀 HBM’ 개념이 바로 이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메모리 용량 부족, AI 추론의 최대 병목
주 담당은 시스템 아키텍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학습 중심에서 추론 기반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스템 리소스 한계에 직면했다”며 “특히 리즈닝 모델의 내부 토큰 처리 과정에서 메모리 용량이 최대 병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퀀스 길이 증가 시 메모리 용량 요구는 최대 39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담당은 큰 시퀀스를 저장하려면 HBM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여러 솔루션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계층 구조를 ‘GPU 메모리(HBM)’, ‘세컨티어 메모리(LPDDR·DDR)’, ‘호스트 메모리·스토리지’ 순으로 재정의하고, 연산을 메모리에 가까운 위치에서 처리하는 ‘프로세싱 니어 메모리(PIM)’ 개념을 제시했다.
구체적 솔루션으로는 메모리 특화 가속기, GPU 세컨티어 메모리 활용, 베이스 다이에 연산 기능을 넣은 커스텀 HBM 등이 거론됐다.
주 담당은 “메모리 회사 혼자 만들어 배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고객과의 공동 설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최적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행사장 전시 부스에서 eSSD 포트폴리오, Memory Centric AI Machine, HBM, 차세대 DRAM, NAND 솔루션 등을 선보이며 AI 인프라 시대 풀스택 역량을 시각화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