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 은행 힘 빠지자 비은행이 방패 들었다

BNK금융그룹과 JB금융그룹은 올 3분기 역대 최대 누적 분기 실적을 달성했지만, 핵심 계열사인 은행이 부진했다. 지방은행 4사. [각 사]

[직썰 / 손성은 기자] 지방금융지주는 금리 인하 기조와 경기 둔화 속에서도 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다만 실적을 견인해야 할 은행 부문이 기대만큼 힘을 내지 못했고, 증권·자산운용·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가 공백을 메우며 그룹 실적을 떠받쳤다. 외형상 ‘선방’에 성공했지만, 은행 본업 체력이 약해졌다는 신호가 드러난다.

◇빛 바랜 ‘역대 최대’ 누적 실적

BNK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JB금융도 5,787억원으로 2.8% 늘었다. 두 그룹 모두 지역 경기침체와 금리 인하 흐름 속에서도 실적을 지켜냈다.

그러나 세부 성과는 엇갈렸다. 부산은행 순익은 4209억원으로 9%대 증가했지만, 경남은행은 2495억원으로 14% 감소했다. JB금융도 전북은행이 1% 성장에 머물렀고 광주은행은 7% 줄었다. 수치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지역 기반 은행의 이익 엔진이 고르게 작동하지 못했다.

◇경기침체·조달 부담…은행 수익성 후퇴

지역 경기 침체와 예금 경쟁이 겹치며 은행 수익성이 약화됐다. 대출 자산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자금조달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며 마진을 깎았다.

부산은행의 3분기 NIM은 1.83%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 경남은행도 1.77%로 0.03%포인트 낮아졌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 역시 각각 0.08·0.05%포인트 떨어졌다. 지역 대출 수요 둔화와 치열한 자금 조달 경쟁이 마진을 직접 압박한 결과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예금 경쟁이 격화하며 조달 비용이 단기간에 급등했고, 지역 경기 둔화로 대출 성장 여력이 제한됐다”며 “두 요소가 동시에 수익성을 낮췄다”고 말했다.

◇비은행이 실적 방어선…증권·캐피탈 두각

비은행 부문은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BNK캐피탈은 115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약 20% 증가했고, BNK투자증권도 채권평가이익과 IB 확대를 바탕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비은행 부문 비중은 전체 순익의 약 17%다.

JB금융은 JB우리캐피탈이 2116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16% 성장했다. JB자산운용과 저축은행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비은행 비중이 전체의 약 40%까지 확대됐다. 은행이 힘이 빠진 사이 비은행이 확실한 방어선 역할을 했다.

◇경기 민감도 높은 비은행…은행 체력 회복이 우선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은행 본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비은행 부문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 예대마진 축소 압력이 커지고, 지역 경기 회복 속도도 빠르지 않다. 비은행 역시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를 지닌 만큼, 현재의 실적 구성이 장기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이 실적을 지탱하는 구도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시장 변동 시 충격이 더 커질 여지도 있다”며 “비이자이익 확대, 리스크 기반 포트폴리오 강화 등 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