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오너 일가인 허진수·허희수 형제가 동시에 승진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형제가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승진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 사람이 각각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SPC그룹은 사장단 인사에서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비알코리아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허 부회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파리크라상 최고전략책임자(CSO) 및 글로벌BU(Business Unit)장을 맡아 파리바게뜨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 왔다. 차남인 허 사장은 비알코리아 최고비전책임자(CVO)로서 글로벌 브랜드 국내 도입 및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오너일가 밀어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승계 구도를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계열사들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장남 허 부회장이 이끄는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9307억원으로 전년 약 2조84억원 대비 4.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약 223억원으로 전년 약 198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2021년(약 334억원)과 비교하면 100억원가량 줄었다.
특히 허 부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미국 파리바게뜨 사업은 지난해 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북미 가맹점을 250개까지 확대했으나 사업 규모만 키운 채 수익성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허 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비알코리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2년 매출은 7917억원에서 지난해 7126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39억원에서 99억원으로 무려 70% 이상 급감했다. 허 사장이 주도해 국내에 도입한 해외 외식 브랜드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그슬럿'은 지난해 철수했고 샐러드 전문점 '피그인더가든'도 올해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는 쉐이크쉑버거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SPC그룹이 주가 부양보다 오너 일가 승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SPC삼립 소액주주 김성권(45·가명) 씨는 "SPC그룹은 투자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을 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들들을 승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주 김성하(33·가명) 씨는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SPC삼립 주가는 정체 상태"라며 "승계를 위해 무리한 확장을 추진하면서 실적과 평가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SPC삼립의 주가는 2015년 최고가 41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 4일 기준 주가는 5만1200원으로 최고가 대비 87.7% 하락했다. 최근 2년간 6만원선을 넘지 못한 채 횡보 중이다.
그럼에도 SPC삼립은 주가 부양을 위한 뚜렷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회사는 2020년 황종현 대표가 취임 당시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2000주를 매입한 것이 전부다. 오히려 2023년부터는 차등배당정책을 폐지해 오너일가 이익만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등배당은 주요 주주가 자신의 배당 일부를 줄여 그 몫을 소액주주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주가 부양책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SPC삼립의 지분은 허 부회장이 16.31%, 허 사장이 11.94%, 허 회장이 4.64%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승계로 인해 주주피해가 발생한다면 차후 투자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승계를 위해 기업 가치를 낮추는 행보는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며 "또 성과 없는 무리한 승계 또한 기업의 미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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