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직급 선택제를 운영하는 미용실이 늘고 있지만 실제 시술 과정에서는 스탭이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미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서도 지난달 성인 여성 커트 평균 요금이 1만9558원으로 집계됐으며, 5년 전보다 약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 속 소비자들의 ‘비용 대비 효용’ 기준도 높아졌지만, 실제 시술 과정에서는 선택한 담당자는 일부 단계만 직접 진행하고 나머지는 스탭이 담당하는 방식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장을 선택했는데 스탭이 대부분 시술했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예약 요청란에 실장 단독 시술을 기입했더니 돌연 예약이 취소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선택하지 않은 미용사가 주요 시술을 진행한 뒤 모발이 손상됐지만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업계는 효율을 위한 분업 체계가 일반화된 구조라는 입장이다. 온라인 예약이 활성화되며 회전율과 시간단 매출이 중요해지고, 인건비 및 임대료 부담도 커지면서 생산성 중심 운영 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유명 미용실 체인의 관계자는 “사실 효율을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라며 “매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고객이 선택한 담당자가 맡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스탭이나 보조 인력이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급에 따라 펌·염색 등 시술 가격이 최소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이상 차이 나는 만큼 담당자 역할 범위와 책임 기준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한 소비자들은 선택한 디자이너의 직접 시술과 책임을 기대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불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랜차이즈 미용실 이용객인 K씨는 “유명한 체인의 경우 펌 기본 가격이 20만원대부터 시작하고 경력자한테 30만원대, 많게는 40만원까지 올라간다”며 “프리미엄 가격인 만큼 지정자가 책임지는게 맞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경우 미용업계 내 소비 이동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고객들은 프랜차이즈 대신 1인 미용실이나 셀프 미용을 선택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주로 이용하던 P씨는 “값이 비싼 곳을 가면 서비스는 좋지만 원하는 스타일이 잘 안나왔다”며 “부원장 시술을 선택해도 대부분 스탭이 담당해, 요즘엔 차라리 1인 미용실을 찾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효율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며 예약 단계에서 시술 과정과 담당 범위를 명확히 고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사전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비용과 서비스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장을 선택했다면 원장이 전 과정을 직접 시술한다고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담당자 표시가 불안정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약 단계에서부터 시술 참여 범위와 절차가 명확히 안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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