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언급하며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026년도 예산안의 중점 방향으로는 △AI 투자 대폭 확대 △취약계층 생활 보호 △국민 생명·안전 확보 △생애주기별 지원 △균형발전 등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역대 최대인 728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APEC 성과를 언급했다. 그는 "APEC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며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다"며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AI에 10조 1000억원 편성···K-컬처·방위산업 집중 투자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내년도 AI 관련 예산을 총 10조 1000억원 편성했다. 올해 예산 3조 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2조 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재 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 1만 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 5000장을 조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 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K-컬처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며 "K-콘텐트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 원 확대해 문화콘텐트 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작자가 생계 부담 없이 창작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방위 4대 강국'을 위한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AI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66조 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체계를 AI 시대에 걸맞는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하게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 실현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기준중위소득 역대 최대 인상···산재 예방·한반도 평화 정착 만전
이 대통령은 '취약계층 보호'와 관련해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하여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사고 예방도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하고, 일터 지킴이를 신설하여 산재사고 발생에 적극 대처하겠다. 1만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 현장에는 안전시설 확충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전년 대비 1조 8000억 원을 증액한 총 5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로 평화 공존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확실히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AI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생애주기별 지원과 균형발전도 약속했다.
지역 우대 재정 원칙 전격 도입···포괄보조 3배 확대해 지방정부 행정 자율성 제고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관련해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 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며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노인 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며 "그 외에도 재정지원 사업 선정 시 지방 우선, 지방 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한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해 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 6000억 원으로 기존보다 3배가량 확대해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나"라고 자신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힘, 침묵시위에 불참..."추경호 구속영장 청구는 야당탄압"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들어설 때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당탄압 불법특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도 벌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야당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며 "작은 명함 5장을 돌렸다고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 일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시정연설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뒤, 텅 비어 있는 국민의힘 의원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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