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글로벌 오디오 스트리밍 시장의 거인 스포티파이가 네이버와 손잡고 한국 음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스포티파이와 네이버는 음악부터 팟캐스트까지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더욱 편리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진출 이후 무료 요금제 도입과 맞춤형 큐레이션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한 스포티파이는,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 최대 포털 생태계를 활용한 공격적 확장에 나서면서 멜론 등 토종 플랫폼의 절대적 지위를 흔들 전망이다. 글로벌 콘텐츠와 개인화 경험, 국내 플랫폼의 결합이 한국 음원 시장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1년 국내 진출 당시만 해도 멜론이 15배 이상 앞서며 독보적 지위를 점하고 있어 스포티파이의 시장 안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현실은 예상과 달라졌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무료 요금제 ‘스포티파이 프리’를 도입하며 국내 공략에 속도를 냈다. 광고 시청 후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서비스는 한 달 만에 이용자 수를 60% 가까이 끌어올리며 급성장에 탄력을 붙였다. 이용자는 46만명에서 329만명으로 늘어나며 지니뮤직을 넘어 3위로 도약했다.
한국 이용자 특성에 맞춘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과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몰입형 콘텐츠 전략도 주효했다. 세븐틴, 엔하이픈 등과 협업한 오프라인 행사와 독점 영상 콘텐츠는 해외 팬덤 확대에도 기여하며, K-팝 글로벌화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이번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검색, 쇼핑, 네이버 앱 등 국내 최대 포털 생태계를 기반으로 1000만명 이상의 유료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네이버 멤버십과 연계될 경우, 국내 사용자의 접근성과 콘텐츠 소비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스포티파이의 1억 곡 이상의 음원과 700만여 개 팟캐스트를 네이버 생태계에서 제공할 계획이다. 사용자들은 상황과 기분, 취향에 맞는 음악과 오디오 콘텐츠를 한 곳에서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으며, 네이버는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확보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 아티스트 곡은 신규 청취자에게 20억회 이상 재생됐으며, 5억 개 이상의 글로벌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됐다. K-팝 산업의 해외 확장에도 스포티파이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스포티파이가 네이버라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멜론의 절대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튜브 뮤직과 스포티파이에 이어 네이버 연계까지 더해진다면, 멜론은 1위 지위를 지키기 위해 보다 공격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콘텐츠와 국내 플랫폼의 결합이라는 구조적 변화도 예고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긍정적이다. 개인화된 추천과 방대한 글로벌 콘텐츠를 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어, 음악과 팟캐스트를 접하는 경험 자체가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다만, 국내 생태계 주도권이 글로벌 기업으로 넘어가는 속도를 지켜보는 것은 이제 업계와 정책 입안자 모두의 과제가 됐다. 기존 토종 플랫폼은 점유율 방어와 차별화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하며, 정책 당국 역시 글로벌 플랫폼과 국내 서비스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플랫폼은 국내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토종 플랫폼은 다양한 규제와 법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티파이와 네이버의 제휴는 한국 음원 시장 판도를 흔드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1~2년간 멜론과 토종 플랫폼들이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사용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글로벌 플랫폼의 공격적 확장, 국내 생태계와의 결합, 그리고 K-팝의 해외 확장까지, 한국 음원 산업은 이제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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