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투자 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등을 저질러 피해자들로부터 거금을 가로챈 조직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경찰은 사기 범죄 조직의 총책 A씨(56) 등 일당 129명을 검거했으며 지난달 31일까지 이들을 차례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A씨를 비롯한 19명은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경찰은 A씨의 지시를 받고 활동한 장집 B씨(43)의 제보로 수사에 착수했다. B씨는 대포통장을 전달하기 위해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로 갔다가 통장이 지급 정지됐다는 이유로 감금, 폭행당한 뒤 범죄 단지에서 탈출해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국과 캄보디아를 오가며 지난해 1∼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220명을 상대로 사기를 쳐 42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자신의 친형 C씨(59), C씨의 딸인 조카 D씨(27)와 함께 사기 실행팀(콜센터), 자금 관리팀(CS센터), 대포통장 유통팀(장집), 자금세탁팀(테더상)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사기 범죄 조직을 구성했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부터 A씨 조직의 구조와 활동 체계, 금융 정보 등을 분석해 콜센터, CS센터, 장집 등 핵심 인물 41명을 특정했다. 이후 이들 중 국내에 소재한 26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들 조직에게 대포통장을 제공한 103명 또한 체포했다.
C씨와 D씨를 비롯한 15명의 미검거 피의자는 캄보디아에 체류 중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했다.
이들은 총책 A씨와 같은 팀 외에는 소통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된 이른바 '점조직' 형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 수익금은 법인 명의의 대포 통장으로 모집하거나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익금을 경유하거나 최종 보관하는 안전 계좌에는 사회적 약자인 농아인(청각·언어 장애인) 명의의 통장이 악용됐다. 경찰이 A씨에게서 압수한 통장 등 전자 금융 매체는 모두 농아인의 명의였다.
경찰은 총책 A씨를 지난 1월 은신처에서 검거했다. 이후 현금 1억6천700만원과 대포통장 6개, 대포폰 9대,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4개 등을 압수했다.
또한 범죄로 얻은 수익 7억8천892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금원 제공 유혹에 빠져 법인·개인 명의의 계좌를 (범죄 단체에) 건네주면 공범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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