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 "빚투, 나쁘게만 볼 일 아냐…레버리지 투자로 이해해야"

[사진=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금융위원회 제공)]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급증한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의 투자와 적정한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하다"며 과도한 차입 투자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권 부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빚투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이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가 사무관 시절 분석한 자료를 국민들께 소개하고 싶다"며 "부동산, 예금,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비교했을 때 10년간 수익률은 주식이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며 손실을 보지만, 10년·20년 단위의 장기 투자로 보면 주식이 더 낫다"며 "배당 수익이 좋은 기업이나 가치주 중심의 장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권 부위원장은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한 배경으로 시장 공정성 제고 노력, 주주가치 제고, 상법 개정 추진, 기업 실적 개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통한 불확실성 해소 등 다섯 가지 요인을 꼽았다.

그는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방한이 한국의 기술 잠재력과 미래 가능성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며 "정부 정책, 글로벌 투자 흐름, 국내 산업 경쟁력이 모두 긍정적으로 맞물리면서 증시 상승세에 순풍이 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는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장세"라며 "투자자들도 이런 환경이 일시적일 수 있음을 인식하고 냉정한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5000 돌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정부 당국자가 지수 수준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증시가 힘차게 우상향하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권 부위원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7월 출범한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모델로 한 한국형 SEC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주가조작 사건은 통상 15개월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6~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합동대응단은 시급성을 고려한 한시 조직이지만, 주가조작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는 계속 가동할 계획"이라며 "이후에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설 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책무"라며 "정부의 시장 신뢰 회복 조치가 주식시장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금융위는 주식시장 개혁, 배당세 완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들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며 "투자자들도 단기 등락보다 장기 성장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