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스테크(Death Tech) 스타트업 네오메이션(대표 박양세)이 베트남 현지 주요 기업들과 잇따라 협약을 맺으며 ‘K-친환경 장례 기술’의 동남아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오메이션은 4일 환경 솔루션 전문기업 ‘다록 무역 건설(The Da Loc Trading - Construction JSC)’과 수입유통기업 ‘XVN’ 등 베트남 현지 기업 2곳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수분해 장례 기술의 상용화, 제품 수입·수출, 공동 투자 및 기술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추진한다.
이번 MOU는 서울특별시와 서울기후테크산업지원센터가 주최한 ‘2025 서울–베트남 기후테크기업 기술사업화 투자 IR 및 매칭상담회’를 계기로 성사됐다.
네오메이션은 지난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하노이에서 열린 투자상담회에 서울시 우수 기후테크 기업으로 초청받아 참가, 베트남 내 투자자 및 바이어 38개사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친환경 수분해 장례 시스템 ‘NP40’을 공개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노이 현장에서 ‘NP40’은 예상 이상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베트남은 오랜 기간 매장 중심의 장례 문화가 이어져 왔지만, 최근 토양 오염·지하수 오염 및 위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이나 매장을 대체할 수 있는 비연소형 장례 솔루션에 대한 현지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오메이션이 개발한 ‘NP40’은 물과 소량의 알칼리 용액을 활용해 사체를 분해하는 ‘수분해(Alkaline Hydrolysis)’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화장 방식처럼 800~1,000도의 고온 연소 과정이 없어 유해물질이나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으며, 탄소 배출량을 최대 96%까지 감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남는 액체 부산물은 정화 과정을 거쳐 하수 기준에 맞게 배출이 가능하며, 남은 고형물은 건조 후 친환경 유골 형태로 보존할 수 있다.
박양세 대표는 “서울시의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현지의 장례문화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며 “매장 중심 문화 속에서도 환경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기업과 기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협약은 네오메이션의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반려동물뿐 아니라 실험동물, 가축 살처분 등에서도 적용 가능한 지속가능한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분해 장례(Alkaline Hydrolysis)’는 이미 미국 36개 주, 캐나다, 영국 등 16개국 이상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장례 방식으로, 환경성과 위생성 측면에서 검증된 기술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상용화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로 설치 부담과 탄소 감축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분해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제도권에서도 조속히 법제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3년 설립된 네오메이션은 2025년 8월 ‘NP40’ 시제품을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현재는 연내 상용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이번 베트남 MOU를 계기로 동남아 시장 진출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례문화는 문화적 특수성이 강한 분야지만,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국가들에선 ‘친환경 장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네오메이션의 사례는 국내 스타트업이 K-에코테크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네오메이션은 ‘NP40’ 기술로 장례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친환경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베트남 협력은 한국 스타트업이 기후테크와 데스테크의 접점을 개척한 첫 해외 진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제도 정비와 기술 고도화가 병행된다면, ‘탄소 없는 장례 문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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