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는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분석보고서를 통해 생산성 둔화에 따른 국내투자의 해외투자 전환이 궁극적으로 GDP와 소득분배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국민소득 대비 투자 비중은 2000년 이후 30%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투자 항목에선 순해외투자비중이 2000~2008년 0.7%에서 2015~2024년 4.1%로 6배가량 증가했다. 순해외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 간 차이로, 순해외투자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자본순유출도 늘어난다는 의미다.
순해외투자가 증가하는 핵심요인은 자본수익성 하락이다. 국내의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또한 국내투자 수익률이 2000년대 중반 역전된 이후 줄곧 해외투자 수익률을 밑돌면서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될 유인이 커졌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생산성이 0.1% 하락해 지속된다면 기업이 국내투자를 줄여 국내 자본스톡이 0.1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18조원 내외로, 지난해 기준 GDP의 0.7%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다. 아울러 국내투자의 해외투자 전환은 노동소득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 등의 노동소득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우리나라가 생산연령인구(15~64세) 증가율과 생산성 증가율이 덩달아 둔화하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20년 정도 시차를 두고 인구구조 측면에서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데, 이러한 유사성이 생산성 측면에서도 관측된다”고 했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자본수익성이 하락하고 해외투자가 늘면서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 결과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해외로부터의 투자수익에 의존하게 됐는데, 한국도 이러한 길을 걸을 수 있단 경고다.
이에 KDI는 국내경제 활력 강화를 위해선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의 경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장은 한미관세협상을 통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총 2000억 달러에 대한 대미 직접투자가 결정된 데엔 “국내 투자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수익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일대일 규모로 국내 투자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