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상생의 가치로 소래포구에 희망 심는 청년 창업가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 수는 1,637만 명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94% 수준을 회복한 수치다. 여기에 최근 K-콘텐츠 영향으로 한국 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관광 산업의 재도약은 비단 해외 여행자를 끌어당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국내 각지의 관광지들은 저마다의 노력으로 내수 활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처 입은 고향 지키기 위한 창업
관광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오래된 유적지를 찾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지역의 축제를 찾거나 특색있는 장소를 찾아 체험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렇다 보니 해당 지역의 문화 역량도 강조되는 흐름인데, 다만 관광 인프라와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관광기념품 역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온다.
그렇다 보니 최근 들어 여러 시도가 전개되는 중인데, 특히 천편일률적으로 볼 수 있는 기념품 구성에서 벗어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를 합성한 ‘로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있을 만큼, 좋은 로컬상품은 그 지역에 가고 싶게 만들어 관광객 유치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소래바다의 활동이 주목받는 점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남동구에 자리한 소래포구는 바다 내음과 싱싱한 해산물이 필요할 때 자주 찾게 되는 장소인데, 지난 10여 년간 화재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악재는 물론 ‘바가지 논란’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불리던 곳이 점차 쇠퇴하는 모습에 6·25전쟁 실향민인 외조부모부터 3대째 인천 소래포구에 정착해 온 서진원 대표를 비롯한 ‘삼남매’는 고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자 창업이라는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서 대표는 나고 자란 소래포구에 발생했던 대형 화재가 로컬 콘텐츠 개발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2017년에 큰불로 243개의 점포, 15개의 횟집 등이 전소되는 일이 있었는데, 현대화 사업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기는 했으나 과거의 명성을 많이 잃은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반찬거리 사는 시장’에서 ‘사진 찍는 관광지’로 변화한 세상에 상인들이 적응하지 못하며 시장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상처와 악습 딛고 다시 탄생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화재 이후 상인들은 돈을 모아 남동구청에 기부채납을 하며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올리고, 구청과 함께 2020년도 말부터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선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진원 대표는 “흔히 전통시장, 그중에서도 수산 시장하면 ‘파라솔’과 ‘빨간 다라이(고무대야)’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좁고 북적북적한 골목과 어디선가 풍겨오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 그 사이사이 흥정을 벌이는 상인과 고객의 모습이야말로 소래에선 친근한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더 이상 친근하게만 바라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친근한 전통·수산 시장’이라는 소래포구가 지닌 모습 뒤에 감춰졌던 부정적인 면모들이 화재 이후 많이 드러난 게 사실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친근한 상인과 고객의 흥정 풍경은 바가지와 불친절로, 북적이고 짭조름한 시장 풍경은 비위생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뒤늦게 구청과 함께 청결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려 노력했으나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은 여전히 변화한 사람들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생활 양식 자체가 변한 탓이 컸다.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시장은 새롭게 단장했으나 변해버린 소비패턴까지 따라갈 순 없었다. 더 이상 사람들에겐 저녁 반찬을 살 수산 시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소래포구의 대표시장으로서 구청과 손잡고 변화하려는 상인들과 전통어시장의 노력은 세상을 따라잡지 못했고, 과거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는 일부 시장들로의 비난까지 함께 떠맡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소래꽃게빵 이어 ‘뚱게빵’, ‘소래한입 젤리’ 연이어 출시
이러한 흐름 속에 서진원 대표는 “고향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여러 고민과 연구 끝에 소래포구의 대표 특산물인 꽃게를 활용한 빵을 만들어 지역 특색을 가미해 판매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소래바다’를 설립한 가족은 막내 서진원 대표가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면서 현직 3D 디자이너인 큰누나가 꽃게 모양의 금형 틀을, 시각 디자이너인 작은누나는 일러스트 패키지 디자인을 맡는 식으로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처음 탄생시킨 제품이 ‘소래꽃게빵’이었다. 서 대표는 “소래꽃게빵은 100% 국내산 쌀가루와 꽃게 분말, 키토산, 고구마 앙금을 넣었으며, 초기 개발 과정에서 비린 맛을 잡기 위해 8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마침내 꽃게의 고소한 향을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이처럼 소래꽃게빵에는 꽃게 분말이 들어가는데 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의 목적이 크다. 해산물로서의 상품 가치는 다소 떨어지나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물렁게’ 등을 수급해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소상공인들의 판매 활동을 통한 지역 상생도 이뤄 가고 있다. 실제 시장 주변 카페와 편의점, 광명역과 소래포구역 역사 내 편의점 등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는데, 맛도 좋고 선물용으로 제격이라 소래포구의 명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꽃게빵’이 안착한 뒤에는 ‘뚱게빵’을 개발했다. 꽃게빵이 기념품이라면 뚱게빵은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마치 붕어빵처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다. 마찬가지로 꽃게 분말이 들어가 있고 바삭한 밀 반죽과 부드러운 쌀 반죽 두 가지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소다 맛 ‘소래바다’와 딸기 맛 ‘생태공원 노을’로 이루어진 ‘소래한입 젤리’를 출시했다. 시장상인회와 공식적으로 협업하며 제품 패키지에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의 공식 캐릭터를 삽입했다. 젊은 창업가의 분투에 시장 상인들도 이제는 마음을 활짝 연 것이다.
소래포구 변화의 ‘촉매’로 기능하고파
훈훈한 정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던 한국의 전통시장은 이제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기 위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시장이 가진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상점과 놀거리를 제공해 더욱 활기찬 곳으로 변모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한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소중한 커뮤니티의 역할도 한다.
과거 연간 천만 명이 찾던 인천 지역의 대표 명소인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방문객이 점점 줄어들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역사관 등 주변 자원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상인들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여러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그 결과 최근 펼쳐진 제25회 소래포구축제도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소래바다 역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동시에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시장 상인들을 위한,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로컬 브랜드인 만큼 상생을 위한 노력은 제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진원 대표는 “상인 분들이 공용으로 착용하는 앞치마를 디자인해 제작하고, 원산지 표시 및 가격 팻말도 만들어 배포하며 소래포구를 찾는 분들께 이곳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여러 시도도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나눔에도 적극적이다. 내년에는 매장을 정식으로 오픈해 방문객과의 접점도 넓혀나갈 방침이다.
다만 서진원 대표는 소래포구의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결코 상인들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한다. 그는 “제가 창업을 시작한 건 사랑하는 소래포구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저와 소래포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앞으로도 언제나 상인 분들과 함께 발걸음을 맞춰나가며 동반 성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제시했다. 진정성을 갖춘 청년 창업가 서진원 대표의 행보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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