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3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군경 지휘부와 급박하게 통화하는 와중에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추 의원이 의도적으로 긴급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공모했다는 것이다.
만일 영장 심사에서 법원이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추 의원은 구속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나아가 당시 추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실에 있던 원내지도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면서 국민의힘을 향한 정당 해산 주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검 "추경호, 尹에게서 '협조요청' 받고 의총장소 변경"
내란 특검팀은 3일 오후 4시 추경호 의원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 등을 고려했다"고 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입증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보고 영장을 청구했다"고 답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4일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 당시 추 의원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계엄 선포 직후 추 의원은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로 공지했다가 여의도 당사로 변경했다. 이후 소집 장소를 다시 국회로 공지했다가 여의도 당사로 또 변경했다.
특히, 추 의원은 자택에서 국회로 이동 중 윤석열 전 대통령과 최측근인 홍철호 전 정무수석,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후 10시 53분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
이후 오후 11시 22분께 윤 전 대통령은 추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1∼2분간 통화했는데, 이는 계엄사령부 포고령(1호)이 발표된 시점이었다
특검은 해당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취해야 할 조치와 입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추 의원과 통화 직후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기 위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11시 23분께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에 전화해 포고령이 발령됐는지 확인한 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고 지시했고, 조 전 청장과도 수차례 통화하면서 '국회의원들 모두 포고령 위반이다.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을 다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후 11시 35분께에는 곽종근 전 육특수전사령관에게도 전화해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고 물으며 병력을 서둘러 국회로 출동시킬 것을 지시했고, 4일 0시 20분께 곽 전 사령관에게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라도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수사 결과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지난 9월 추 의원의 자택, 국회 의원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 당직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거쳐 지난달 30일 의혹 정점에 있는 추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3시간 동안 조사했다.
추경호 "불체포특권 뒤 숨지 않을 것…당당히 임하겠다"
국회법상 현역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선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특검은 추 의원에 대해서도 체포동의 요청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검이 법원으로부터 체포동의요구서를 받아 법무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이를 수리해 지체 없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를 접수한 국회는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 후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표결을 한다.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표결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추경호 의원은 4일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께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을 드렸다. 이번에도 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속 영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의원총회 장소를 예결위원회 회의장으로 공지했다는 내용도 있다"며 "의원총회는 민주당과 번갈아 가면서 예결위원회(예결위) 회의장 아니면 본청 246호에서 한다. 당일 국민의힘이 예결위장을 사용하는 날이니 그렇게 공지가 나갔는데, 그것을 참석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지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분히 정치적인 접근"이라며 "민주당의 주문에 의한 수사 결과를 만들고, 꿰맞추기 작업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힘, 시정연설 보이콧…李대통령에 "범죄자"
송언석 "야당 해산 위한 정치보복 수사"
국민의힘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단 4일 이재명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취재진에게 "(시정연설장에) 들어가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강력히 (정부를) 규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야당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며 "작은 명함 5장을 돌렸다고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 일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시정연설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신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전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규탄대회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들은 시정연설차 국회 본청 건물에 들어오는 이 대통령에게 항의하면서 "범죄자 왔다, 범죄자"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식 정치탄압 폭주정권 규탄한다"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앞서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조은석 특검의 어제 구속영장 청구로 그 생명이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어제 특검의 브리핑을 보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다 빠져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공모도 없었는데 어떻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 영장을 친다는 것이냐"며 "한마디로 야당을 내란세력, 위헌정당으로 몰아 해산시키고야말겠다는 야당탄압, 야당말살, 정치보복 수사이자 영장"이라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무도한 이재명정권에 맞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표결 불참을 형사처벌? 삼권분립 위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특검이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삼권 분립을 정면으로 위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4일 SNS를 통해 "조은석 내란특검이 추경호 원내대표 개인 비리 또는 별건을 가지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계엄해제 표결 불참과 그 논의 과정을 문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12월 3일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 대응은 크게 세 가지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사람, 계엄에 반대했지만 이준석처럼 진입이 막히거나 김민석 총리처럼 표결하지 못한 사람, 계엄 해제에 반대해 진입 시도도 투표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치인들의 선택과 행동은 모두 기록에 남고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평가를 받는다"며 "그 평가는 다음 선거에서 당선과 낙선이라는 극명한 차이로 드러날 것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헌법 제45조의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돼 있고 면책특권은 부수적 행위도 면책한다"며 "따라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표결에 대해 누군가와 상의하거나 논의하는 행위 역시 국회의원 표결의 '부수적 행위'로 면책 범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의원들 표결과 부수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선거와 정치적 평가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비판과 표로 심판하는 것을 넘어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순간 삼권분립 붕괴를 맛보게 될 것"이라며 내란특검의 영장청구가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을 해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당 해산까지 가나…위기감 확산
이처럼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으나 당내에선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여권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이 커지면서 당이 해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만일 영장 실질심사에서 법원이 특검의 '공모' 판단을 받아들여 추 의원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여권의 '내란 정당' 공세 프레임이 강화될 수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계엄에 부화수행하기 위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다면 그에 따른 처분을 할 것"이라며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당해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란 방탄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면서 외연 확장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與 "추경호, 서약대로 불체포특권 포기해야…절차 따라 표결"
더불어민주당은 3일 내란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을 향해 "스스로 서약하고 말한 대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떳떳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부디 뻔뻔한 변명과 남 탓 대신 떳떳하게 나서 모든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추 의원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서약한 바 있다"며 "또 작년 9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에 회의를 주재하며 '더 이상 민주당 의원들이 불체포 특권과 다수당 권력 뒤에 숨어 수사를 회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보고되면 절차에 따라 표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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