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에게 징역 4년에서 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5명 전원을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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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자 재선 도움 알았지만, 금품은 몰랐을 것”
재판부는 판결문 초반 주석을 통해 “이재명, 정진상에 대한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사건 재판을 통해 이재명, 정진상의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공모 여부를 기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2014년 6월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에 도움을 준 것을 인정했다. 이들이 주민 동원, 시의원 로비, 선거운동 참여, 선거자금 제공 등으로 재선을 도왔고, 이 사실이 유동규를 통해 성남시 수뇌부에 전달됐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재명은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규, 정진상과 달리 수용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진상은 ‘작은 시장’…금품 받고 특혜 줘”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민간업자들에게 금품과 접대를 받고 그 대가로 각종 편의를 봐준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성남시 직원들은 이재명에게 보고하는 모든 문건에 대해 사전에 정진상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며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진상을 작은 시장이라고 불렀다”는 성남시 직원의 검찰 진술도 기재됐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재명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를 하는 등 유착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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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억 약정’ 인정했지만 “李 약속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김만배 씨가 유동규 씨 측에 대장동 사업 배당 이익 중 428억원을 주기로 한 ‘이익 분배 약정’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두 사람이 유 전 본부장 측 몫으로 약 700억원을 논의하다가 2021년 초 세금과 로비 비용 등을 제외해 최종 428억원으로 정리된 과정이 담겼다.
재판부는 유동규 씨의 법정 진술도 인용했다. “김만배가 ‘내가 잘 가지고 있다가 줄게’라고 하자 나는 ‘이재명 거니까 떼어먹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428억원 약정의 당사자라는 주장은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만배 지분 중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며 “유동규의 진술처럼 ‘나중에 이재명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사실상 이재명이 이를 약속받은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재명 재판 중단…피해 회복 심히 곤란해져”
재판부는 김만배 씨에게 428억원의 추징을 명령하면서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 중단을 언급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사상 재산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 곤란한 상태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있었던 업무상 배임과 관련해 이재명, 정진상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 법원에서 별도로 계속 진행 중”이라며 “그마저도 이재명에 대한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라고 판결문에 적었다.
이어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은 심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뒤늦게나마 피해 회복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범죄피해재산을 추징한 다음,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속한 피해 회복을 도모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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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제 모임에서 사업자 내정 논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형제 모임’을 19차례 언급하며 민간업자들과 성남시 측의 유착 관계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이후인 2014년 6월, 정진상 씨와 유동규 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만배 씨 등 4명이 의형제 모임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모임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권을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에게 주기로 하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형제 모임을 가지면서 김만배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업자들이 이 사건 결합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사실상 내정되는 주요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공사와 성남시민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는 가장 적합한 사업시행자를 선정해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사업시행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 청렴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추징 8억1000만원을, 김만배 씨에게 징역 7년과 추징 428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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