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잇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다중작용제와 경구용 약물이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존 GLP-1 계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중표적 기반 치료제와 먹는 제형이 차세대 비만치료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노보 노디스크가 65%, 일라이 릴리가 31%의 점유율을 차지해 양사 합산 96%로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이들이 내놓은 GLP-1 계열 약물,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국내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위고비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들 약물에도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지난해 말 위고비의 공급 부족 해제를 발표했지만, 생산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또 GLP-1 약물의 월 치료비는 약 70만원~140만원에 달하며,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량이 최대 45%까지 줄어드는 부작용이 보고됐다.
이러한 제약점을 보완할 기술로 1개의 약물로 여러 표적을 동시에 조절해 복합적인 치료 효과를 내는 다중작용제가 주목받고 있다.
아이큐비아는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와 알티뮨(Altimmune)의 펨비두타이드(Pemvidutide)를 차세대 주자로 꼽았다. 이 약물들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해 체중 감량뿐 아니라 지방간 개선 효과까지 기대된다.
특히 펨비두타이드는 체중 감량의 21.9%만이 근육 손실로 나타나, 세마글루타이드(39~45%) 대비 근육 감소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레타트루타이드(Retatruotide)는 GLP-1, GIP, 글루카곤 등 세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트리플 작용제로, 상용화 시 기존 시장 구도를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경구용 비만치료제도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의 고용량 버전을, 일라이 릴리는 저분자 GLP-1 작용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각각 개발 중이며, 두 약물 모두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약 ‘ID110521156’이 임상 1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한미약품은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HM17321’을 개발 중이다.
아이큐비아는 “차세대 비만치료제는 GLP-1 약물의 낮은 치료 지속률(1년 후 10~30%)을 극복해야 한다”며, “국내 환자 특성에 맞춘 임상 설계와 합리적 가격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는 이미 글로벌 빅파마가 선점한 시장이지만, 기술 혁신 속도가 빠르고 미충족 수요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후발주자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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