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마무리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위기에 빠졌다. 결국 시즌 마지막까지 부진을 벗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던 그는 지난해 대표팀에서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명예회복을 노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서현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대비 대표팀 소집 훈련에 참여한다.
대표팀 첫 훈련은 지난 2일 경기 고양시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2025시즌 한국시리즈에 올라 지난달 31일까지 혈투를 펼쳤던 한화와 LG 트윈스 선수들은 이날에야 처음 훈련에 합류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3월에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K-베이스볼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8일부터 체코와 일본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김서현이다.
올해 처음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풀 시즌을 치른 김서현은 시즌 내내 시속 150㎞ 후반대의 강속구를 앞세워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발돋움했다.
그의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69경기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14로, 세이브 부문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시즌 초반 그의 활약은 돌풍에 가까웠다.
김서현은 4월까지 17경기에 등판해 15⅔이닝 동안 1실점을 내주고 9세이브 1홀드, 그리고 1패를 기록했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리그 20세이브 이상 클로저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1.55)을 찍었다.
이에 그는 팀을 전반기 선두에 올려놓으며, 역대 팬 투표 최다 득표(178만6837표)와 함께 생애 첫 올스타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KBO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던 오승환도 은퇴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이을 후계자로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조병현(SSG 랜더스)과 함께 김서현의 이름을 언급했다.
다만 본격적인 더위가 이어진 후반기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서현은 후반기 27경기에서 1승 3패 1홀드 11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5.68까지 치솟았다.
특히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 치명적이었다.
김서현은 지난달 1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9회 등판해 투런포 두 방을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당시 한화는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선두 추격을 멈추고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다.
부담감이 커진 김서현은 가을야구 들어서도 휘청였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PO) 2경기에선 1이닝을 던지며 3실점했다. 매 경기 홈런을 맞았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고, 멘털을 회복할 틈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그는 극심한 부담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이는 곧 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가을야구 내내 김서현의 직구 구속은 시속 150㎞를 겨우 넘겼고, 피안타는 족족 장타로 이어지며 실점을 낳았다.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선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치명적인 실점을 주는 폭투를 던지며 홈 경기장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튿날 열린 KS 4차전에선 4-1 리드에 마운드에 올라 LG 박동원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맞으며 위기를 자초했다. 홈런 한 방에 분위기가 무너진 한화는 이를 회복하지 못하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김서현은 KS 3차전 직후 "1일 SSG전 이후 힘든 일도, 안 좋은 일도 많았다. 오랜만에 9회에 경기를 마무리하니 그간 힘들었던 것이 떠올랐다"며 눈물을 쏟았다.
비록 이번 가을야구는 그에게도, 한화에도 새드 엔딩으로 기록됐지만, 2004년생 김서현은 이를 자양분 삼아 성장할 일만 남았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 역시 지난 2일 첫 소집 훈련을 앞두고 김서현을 꼭 집어 격려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당시 "지금 김서현의 마음이 무거울 테지만, 무거움을 조금 덜어냈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국가대표의 시간이고, 미래가 있기 때문에 김서현이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도록 내가 잘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전은 김서현이 명예회복에 성공하고 반등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승선해 태극마크를 달았던 김서현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자랑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비 쿠바와의 평가전 1차전에 불펜 등판해 1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은 "김서현의 변화구가 인상 깊었다. 볼이 빠르면 변화구의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직구가 빠지니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며 김서현의 구위를 칭찬했다.
이어 최종 엔트리에 포함돼 나선 프리미어12에선 대만전, 일본전, 도미니카공화국전, 호주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이라는 호성적을 냈다.
시즌 마무리와 동시에 숨 막히는 질주 속에 잠시 길을 잃었던 김서현도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할 기회를 잡았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그가 시즌 초의 위력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대표팀 성적은 물론 다음 시즌 한화의 레이스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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