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 핵실험 재개 명령… 30년 금기 깬 ‘새 냉전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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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 핵실험 재개 명령… 30년 금기 깬 ‘새 냉전의 신호탄’

뉴스로드 2025-11-04 06:08: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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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핵실험을 즉각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냉전 이후 30여 년간 유지되어온 ‘핵실험 금기’를 무너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다른 나라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면, 미국도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썼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직전에 이 글을 올렸지만, 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실제 겨냥한 대상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러시아는 불과 며칠 전,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부레베스트니크 스카이폴’의 비행 성공을 공개하며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 구상인 ‘골든 돔(Golden Dome)’ 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핵 억지력의 상징을 다시 보여주겠다”며 대응 신호를 보낸 것이다.

[사진=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사진=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핵실험 모라토리엄’… 트럼프, 깼다

미국의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선언을 “정치적 제스처이자 현실성 없는 허세”로 본다. 네바다 사막의 미국 핵실험장은 1992년 이후 단 한 번도 가동된 적이 없고, 지하 장비와 통신 설비는 녹슬고 부식돼 “폐허 수준”이라는 게 현장 보고다.

대릴 킴벌 미 군축협회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발언은 명확함과 정밀함이 결여돼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핵문제를 다루면 작은 오해 하나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리 힌더스타인 전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부국장도 “핵실험의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선언은 곧 ‘냉전의 유령’을 깨우는 행위”라며 “정치적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2년 핵실험을 중단하고 대체 기술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핵비축관리프로그램(Stockpile Stewardship Program)’을 운영해왔다. 러시아와 중국 역시 같은 시기부터 사실상 ‘비폭발 실험 자제 규범’을 유지하며 냉전 이후 핵실험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통해 규범을 깨고, ‘비핵질서(Post-Test Era)’를 종식시키는 정치적 선언을 했다. 에린 덤배커 미 외교협회(CFR) 핵안보 연구위원은 “핵실험 금지는 핵비확산 체제의 마지막 안전판이었다”며 “이 선을 미국이 먼저 넘는다면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잠재적 핵보유국들이 경쟁적으로 실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그래프는 지난 8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연간 핵실험 횟수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주황색)과 소련·러시아(연한 주황색)는 1960년대 초반까지 폭발 실험을 경쟁적으로 이어가며, 1962년 단 한 해에만 175차례의 핵폭발 실험을 실시했다.1963년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Partial Nuclear Test Ban Treaty)’ 체결 이후 실험 횟수는 급감했으며, 1996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이 논의된 이후 미국은 1992년을 끝으로 모든 실험을 중단했다.이후 30여년 동안 '북한'만이 핵폭발 실험을 이어온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선언으로, 이 그래프의 ‘수평선’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 그래픽=미 외교협회(CFR)]
위 그래프는 지난 80여 년간 세계 각국의 연간 핵실험 횟수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주황색)과 소련·러시아(연한 주황색)는 1960년대 초반까지 폭발 실험을 경쟁적으로 이어가며, 1962년 단 한 해에만 175차례의 핵폭발 실험을 실시했다.1963년 ‘부분 핵실험 금지조약(Partial Nuclear Test Ban Treaty)’ 체결 이후 실험 횟수는 급감했으며, 1996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omprehensive Nuclear Test Ban Treaty)’이 논의된 이후 미국은 1992년을 끝으로 모든 실험을 중단했다.이후 30여년 동안 '북한'만이 핵폭발 실험을 이어온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선언으로, 이 그래프의 ‘수평선’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처=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 그래픽=미 외교협회(CFR)]

▲러시아·중국, 이미 핵 재정비 나서 

미 외교협회(CFR)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는 북극권 노바야제믈랴(Novaya Zemlya), 중국은 신장 롭노르(Lop Nur) 시험장을 최근까지 개보수해왔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네바다 시험장은 장비 대부분이 1980년대 이후 교체되지 않아 “모래와 녹으로 덮인 케이블 더미”라는 평가를 받는다.

CFR이 밝힌 제프리 루이스 핵전문가는 “미국이 핵폭발 실험을 재개하려면 최소 3년, 수억 달러의 비용과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이는 ‘정치적 발언’이지 실행 가능한 명령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이미 1149회의 핵실험을 통해 러시아(969회), 중국(45회)을 압도했다”며 “지금 다시 실험을 한다면 기술적 이익보다 정치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러시아의 ‘핵추진 미사일 쇼’에 대응하려는 단발성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핵정책 연구자들은 이 발언이 국제 핵질서의 균형을 붕괴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핵정책 연구자 힌더스타인은 “미국이 실험을 먼저 시작하면 러시아와 중국은 반드시 응수할 것”이라며 “핵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체면의 문제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이미 핵실험 없이도 충분히 신뢰성 있는 억지력을 갖고 있다”며 “금기를 깬 순간, 그 억지력은 오히려 약화된다”고 했다.

그래프는 지난 80년간 미국·소련(러시아)·기타 국가들의 연간 핵실험 횟수 변화를 보여준다. 1962년에는 미국과 소련이 단 한 해에 총 175회의 핵실험을 벌이며 핵 경쟁이 절정에 달했다.이듬해 체결된 ‘부분핵실험금지조약(Partial Nuclear Test Ban Treaty)’ 이후 지상과 대기 실험은 급격히 줄었고,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를 계기로 미국은 1992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핵폭발 실험을 중단했다.이후 30여 년 동안 북한만이 1998년 이후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명령으로, 그래프의 평평한 ‘0선(線)’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 그래픽=미 외교협회(CFR)]
그래프는 지난 80년간 미국·소련(러시아)·기타 국가들의 연간 핵실험 횟수 변화를 보여준다. 1962년에는 미국과 소련이 단 한 해에 총 175회의 핵실험을 벌이며 핵 경쟁이 절정에 달했다.이듬해 체결된 ‘부분핵실험금지조약(Partial Nuclear Test Ban Treaty)’ 이후 지상과 대기 실험은 급격히 줄었고,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를 계기로 미국은 1992년을 마지막으로 모든 핵폭발 실험을 중단했다.이후 30여 년 동안 북한만이 1998년 이후 핵폭발 실험을 실시한 유일한 국가로 남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실험 재개 명령으로, 그래프의 평평한 ‘0선(線)’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미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 / 그래픽=미 외교협회(CFR)]

▲‘프로젝트 2025’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결정 뒤에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이 단체는 ‘프로젝트 2025’라 불리는 정책 청사진에서 “대통령은 적국의 핵도발에 대응해 필요시 핵실험 의지를 표명하고, 국가핵안보국(NNSA)에 즉각적인 시험준비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이 구상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의 ‘핵실험 재개 명령’은 단순한 발언이 아닌 정책적 이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핵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핵무기 경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문을 열면 러시아와 중국은 곧 따라올 것이고, 그때는 다시 냉전의 공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핵실험은 단순한 폭발이 아니라 국제 신뢰의 시험대다. 미국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세계는 다시 ‘핵금기의 시대’에서 ‘핵위험의 시대’로 후퇴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문장이, 냉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혹은 새로운 핵냉전이 이미 시작됐음을 조용히, 그러나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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