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학급 고르는 전인고…"적성 찾고 꿈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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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학급 고르는 전인고…"적성 찾고 꿈 정했어요"

이데일리 2025-11-04 05:5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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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지금의 학교 건물은 복도가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희가 다시 설계해봤습니다.”

전인고의 소스쿨학급 중 하나인 건축수학반 소속 3학년 김준현 군은 전인고 학교 건물과 부지의 모형도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학교 건물에 대한 전교생 만족도를 조사한 뒤 문제점을 보완한 재설계 모형도를 만든 것이다. 김 군의 목소리는 수줍었지만 신축 건물을 설명할 땐 자신감에 차 있었다.

전인고 소스쿨학급 건축수학반이 제작한 학교 건물 재설계 모형도. (사진=전인고)


적성 맞게 학급 고르는 ‘소스쿨학급’

김 군이 다니는 전인고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기숙사형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다. 전인고의 가장 큰 특징은 ‘소스쿨학급’이다. 소스쿨학급은 학생들이 진로를 심도 있게 탐색할 수 있도록 전인고가 도입한 학급제도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의 학급을 배정하지만 전인고에선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원하는 반(소스쿨학급)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일반고에서는 학년마다 반이 바뀌지만 전인고에선 3년 내내 같은 학급을 유지할 수도 있다. 물론 진로를 찾아 중간에 학급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소스쿨학급은 학년 구분이 없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모두 같은 반이며 학급당 평균 9명의 학생으로 구성된다.

올해 2학기 기준 편성된 소스쿨학급은 △문학반 △역사반 △사회반 △교육국제반 △생활경제반 △복지심리반 △자연과학반 △미래공학반 △건축수학반 △음악미디어반 △미술반 △체육반 등 총 12개다. 소스쿨학급 담당교사가 담임을 맡아 학생 생활지도를 겸하고 있다.

학생들은 소스쿨학급의 교육활동을 직접 계획하고 교사에게 제안한다. 건축수학반은 학교 재설계 프로젝트 외에 교내 도서관과 화단 재설계도 제안했다. 생활경제반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을 배워보자는 취지로 드론을 이용한 산불 진화, 인명 구조 등 드론 활용 사업을 기획·실행해보는 커리큘럼을 짰다. 교사는 학생들의 활동 계획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인고 소스쿨학급 생활경제반 학생이 드론 활용 사업을 제안하는 학급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응열 기자)


“전인고 와서 꿈 정했어요”…진로 찾는 학생들

소스쿨학급은 지난 2015년 처음 시작했다. 전인고가 미래형 대안학교를 표방하는 만큼 더 나은 교육 방법을 찾던 중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업무부담을 호소해 1년 만에 중단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교육공약인 고교학점제가 추진되자 전인고에선 소스쿨학급을 다시 만들자는 의견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학생의 과목선택권과 진로 탐색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번에는 교사들도 뜻을 모았다. 전인고는 2018년 소스쿨학급을 재도입했고 이제는 학교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났다.

전인고 3학년 노윤호 군도 그런 소문을 듣고 입학을 결정했다. 노 군은 중학생 시절 딱히 꿈이 없었지만 고교에서는 진로를 정하고 싶었다. 고교 입학한 뒤 음악미디어반에서 직접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흥미를 느꼈고 영상 제작으로 진로를 잡았다. 노 군은 “영상 제작 실습 활동을 하며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2학년 최소현 양도 소스쿨학급 활동으로 진로를 찾았다. 최 양은 처음에 음악미디어반을 선택했으나 운동에 흥미를 느껴 체육반으로 학급을 바꿨다. 운동은 최 양 적성에 맞았고 지금은 경찰을 꿈꾸고 있다. 최 양은 “대학 입학 후 전공이 맞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고교에선 확실하게 꿈을 찾고 싶었다”며 “소스쿨학급을 통해 경찰을 지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인고 소스쿨학급 음악미디어반 학생들이 미디어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전인고)


퇴근하고 코딩 배우는 경제 선생님

소스쿨학급이 안착한 데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컸다. 전인고 교사들은 학생들이 코딩이 필요한 수업 계획을 가져오면 따로 시간을 내 직접 코딩을 배우기도 한다.

생활경제반 담임 김성광 교사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학생들이 앱을 개발하는 창업 경진대회에 나가고 싶어해 코딩을 따로 학습했다”며 “학급 활동 준비를 하다 보면 야근을 자주 하는데 학생들이 경제·경영 현상을 직접 탐구하려 하고 학습 과정이 재밌다고 할 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전인고 학생 수는 지난 2023년 85명에서 지난해 97명, 올해 10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전인고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인정받아 교육부가 선정하는 ‘2024년 농어촌 참 좋은 학교’에도 이름을 올렸다.

민일홍 전인고 교장은 “전인 교육을 실현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에 맞게 진로 관련 독서뿐 아니라 체육과 악기 등 학생 성장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고등학교 전경. (사진=김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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