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진호 감독의 1998년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의 명대사 중 하나다.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난 지 27년이 지난 이 대사가 최근 각본집으로 재탄생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일 온라인서점 예스24(053280)에 따르면 올해 출간된 각본집 판매량 1~5위는 △‘파과 각본집’(위즈덤하우스) △‘어른 김장하 각본’(포르체) △‘봄날은 간다 각본집’(스튜디오오드리) △‘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집’(스튜디오오드리) △‘어쩔수가없다 각본’(을유문화사)으로 집계됐다.
최신작들 사이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작), ‘봄날은 간다’(2001년작) 각본집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두 각본집은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19일까지 진행한 예스24 독자 펀딩에서 2625%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도서 구매 연령비를 살펴보면 △40대 28.6% △30대 26.3% △20대 25.3% 순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 독자들의 구매도 많았다.
김기옥 예스24 도서1팀장은 “각본집의 꾸준한 인기는 영화를 일회성으로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평생 소장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를 증명한다”며 “배우들의 대사나 장면 묘사, 상황 표현이 세밀하게 담겨 있어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고 영화 각본집의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두 각본집을 담당한 출판사 스튜디오오드리의 안희주 편집자는 “글로 묘사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영화를 볼 당시의 상황과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영화 각본집’의 큰 매력”이라고 언급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각본집의 인기에 대해선 “추억을 환기시킨다는 점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각본집은 두 영화의 제작사 싸이더스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출간됐다. “오래됐어도 계속 회자되는 영화, 마니아 층이 있는 영화의 각본집을 만들고 싶었다”는 출판사 측의 바람도 함께 담겼다. 개봉 당시 기존 한국 멜로영화의 문법과는 다른 세련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각본집 작업 과정에서도 촌스러움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영화 각본집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에서 놓쳤던 장면, 삭제된 장면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쩔수가없다 각본’은 영화 삭제 장면과 등장인물의 내면을 담은 상세한 지문을 수록해 독자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봄날은 간다 각본집’도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만들어간 대사와 장면이 많아 각본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각본집은 이제 당당한 도서 콘텐츠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민규동 감독은 ‘파과 각본집’ 추천사에서 “이 각본집은 단순히 영화의 대본이 아니다”며 “여러분(독자)의 마음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썼다. 김 팀장은 “각본집은 영상과는 다른 몰입감을 선사한다”면서 “영화의 파생물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