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 키 넘겨받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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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석유화학 산업 사업재편, 키 넘겨받은 정부

이데일리 2025-11-04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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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세종대 화학과 교수] 석유화학 산업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뿌리이자 수출 주도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1970~1980년대 정부 주도의 국가전략 산업 육성을 통해 본격적인 기틀을 다졌고 이후 반세기 가까이 철강·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전반에 원료를 공급하며 국가 경쟁력의 중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 석유화학 산업은 중대한 항로 변경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발 공급 과잉·중동의 공격적 설비투자가 심화하는 가운데 탄소중립 전환이
김용석 세종대 화학과 교수


라는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규제까지 삼중의 거친 물결 속에서 기존의 항해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산업 사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바로 조선업의 재편과 부활이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우리 조선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급감과 과잉 투자,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고강도 자산 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섰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정부 또한 정책금융 지원,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통해 산업 회생에 적극 나섰다. 민관이 한 방향으로 조타를 함께 맞추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결과 조선업은 다시 세계 1위 경쟁력을 회복하며 새로운 도약의 항로를 개척할 수 있었다.

지금 석유화학 산업이 마주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방향, 정부지원 원칙과 함께 구조개편 로드맵을 제시했고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재편 자율협약’을 통해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화 전환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기업들에 연내 최대 370만t의 에틸렌 생산시설 감축을 포함한 사업재편안 제출을 요청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사업재편이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파도라는 공통된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파도를 뚫고 나아가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업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도록 정부 역시 금융지원을 포함한 전방위적 패키지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업계와 정부가 ‘조타수와 선장’의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멈추거나 엇박자를 내면 배는 곧 표류하게 된다. 이 항해의 성패는 상호 간의 긴밀한 소통과 타이밍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두 회사가 산단 내 나프타분해설비(NCC) 등 주요 설비를 통폐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통한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로드맵 대비 1개월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다. 기업들이 진정성 있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사업재편에 나선다면 정부는 신속히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하고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아울러 세제·연구개발(R&D) 등 산업의 전방위적 분야에서 제도적 지원을 다하고 금융권 역시 산업 전환의 마중물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사업재편 선도기업들의 노력이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제조업의 근간이며 그 경쟁력은 곧 국가 경제의 기반이다. 대산에서 사업재편의 신호탄을 쐈다면 이제 울산과 여수가 응답할 차례다. 주요 산단이 함께 노를 저어야 화학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완성될 수 있고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이라는 거대한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는 순풍이 돼 석유화학산업이라는 배가 순항하도록 힘껏 밀어줘야 한다.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과거 조선업이 그러했듯 산업은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도 있다. 문제는 누가, 언제 키를 잡고 얼마만큼 함께 노를 젓느냐에 달렸다. 지금이 바로 우리 석유화학산업이 다시 돛을 올리고 새 항로를 함께 열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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