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은 오는 6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야스 링크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DP 월드투어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2일 출국했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부다비에서 13명을 제치면 두바이까지 갈 수 있다. 쉽지 않겠지만 최종전까지 나간다는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K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이정환은 지난달 유럽 DP 월드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무려 7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이 대회는 DP 월드투어에서의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두바이 포인트 상위 70명만 출전 가능한 플레이오프격 대회다.
이정환은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한 방으로 두바이 포인트 랭킹 63위에 자리해 출전 자격을 따냈다. 그는 “DP 월드투어 시드라는 엄청난 부상을 받아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약 10억원에 가까운 우승 상금도 해외 투어 경비에 대부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HSBC 챔피언십에는 올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한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등 유럽의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이정환은 이번 대회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내면 오는 13일부터 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DP 월드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에도 참가할 수 있다. 투어 챔피언십은 두바이 포인트 상위 50명만 출전 가능하다.
2010년 KPGA 투어에 데뷔한 이정환은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다. 1991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은 송영한, 노승열, 이경훈 등 프로 데뷔 때부터 한국 남자 골프를 이끌 간판스타로 각광 받았다. 반면 이정환의 시작은 늦었다. 투어 데뷔 8년 만인 2017년 6월 카이도시리즈 3차 대회에서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듬해 골프존 DYB교육 투어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이정환은 한창 물이 올랐던 2019년 군에 입대했다. 2020년 군 복무를 마치고 우승하기까지 또 오래 기다려야 했다. 전역 후에는 5년간 준우승만 6차례 기록하며 ‘뒷심 부족 선수’라는 오명도 썼다.
이정환은 “앞서 한끗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고 생각하는데 그 한끗이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실력은 기본이고 운도 따라야 한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는 크게 3번 운이 따랐다고 돌이켰다.
9번홀(파4)에선 러프에서 친 2번째 샷이 플라이어가 나서 그린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이 핀에 맞고 적절한 곳에 서서 파를 기록했고, 샷 실수가 나왔다고 생각했던 12번홀(파4)도 공이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타수를 잃지 않았다. 14번홀(파4)에선 이정환이 샷을 할 때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는 바람에 거리가 많이 남아 9번 아이언 혹은 피칭 웨지를 잡던 홀에서 7번 아이언으로 2번째 샷을 해야 했다. 공이 스위트 스폿에 맞지 않았지만 그린 앞에 꽂힌 핀과 3.5m 거리에 멈춰섰고 이정환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가 됐다. 이정환은 “뭘 해도 되는 날이었다”며 “제 영역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정환은 “20대 초반에 친구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힘들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묵묵하게 나의 길을 걸어온 게 지금 와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긍정적인 성격도 중요하다. ‘우승 기회가 오는 것만으로 행복한 일’이라고 되뇌이며 스스로 위안했다”고 부연했다.
그의 활약을 보며 사람들은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정환은 “해외 투어를 경험하면서 나의 골프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확신이 생겼다”면서 “이번에 DP 월드투어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당당히 겨뤄보겠다. 잘 버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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