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0, ‘반도체’로 몰린 두뇌···인재 초강국의 역설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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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0, ‘반도체’로 몰린 두뇌···인재 초강국의 역설 ‘해외로’

이뉴스투데이 2025-11-03 1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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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클린룸에서 8인치 웨이퍼 공정 실습 중인 대학생들. [사진=서울과기대]
학내 클린룸에서 8인치 웨이퍼 공정 실습 중인 대학생들. [사진=서울과기대]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수능을 열흘 앞둔 가운데 자연계 최상위권의 진학 선택 양상이 뚜렷하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 정시 합격선 분석 결과, 의·약학을 제외한 자연계열에서 ‘반도체 학과’가 최고 합격 점수를 차지, AI·컴퓨터 관련 학과가 뒤를 잇는 모습이다. 인기 산업 수요가 반영된 흐름이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숙련 인력 부족과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는 모순적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장학금 확대와 과학기술원 계약학과 신설 등 공급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부 과학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 중 316명이 비이공계로 이탈했고, 일부 계약학과의 중도 탈락률도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인재 양성에 투입된 자원과 실제 산업 투입 인력 사이의 괴리가 드러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고급 기술 인력의 해외 이동이 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5’에서 한국 AI 인재 순유출입은 인구 1만 명당 0.36명으로 집계, OECD 38개국 중 35위에 그쳤다. 2020년에는 순유입국이었지만 이후 3년 연속 하락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산업계에서는 성과 상위 인재일수록 해외 취업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되며 국내에서 길러낸 핵심 인재가 성과를 해외에서 내는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인재 이탈은 곧 기술 경쟁력 공백으로 직결된다.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 76건 중 64.5%가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직 임원이 D램 핵심 기술을 해외에 제공하고 878억원 상당의 금전적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었다. 기술 보유 인력이 잠재적 유출 경로가 된다는 데서 인재 이동이 기술 유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많은데 보안 투자 여력이 부족해 유출 위험이 상존한다”며 “연구 인력과 기업에 대한 예산 지원과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스카우트 등을 통한 간접적 기술 유출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해야 핵심 기술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한국 엔지니어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론과 인텔은 연봉 2~3배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등을 제시하며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섰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근 5년간 직원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SK하이닉스는 올해 직원 수가 오히려 줄었다.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지만, 인력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해석도 나오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을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고 안내했으며, SK하이닉스는 RSU 중심의 장기 보상 체계를 운영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보상 체계 개선만으로는 해외 빅테크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구 자율성, 의사결정 속도, 실패를 허용하는 조직문화 등 이른바 ‘일하는 환경’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공급 기반 확충에 나섰다. 2023년 KAIST·GIST·DGIST·UNIST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내년에는 AI 인재 양성과 GPU 확보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AI 대학원을 19곳에서 24곳으로 확대하고, 전문연구요원 우선 배정과 해외 석학 2000명 유치 프로젝트 등도 병행된다. 산업 수요에 맞춘 공급 기반을 넓히는 것이 핵심 목표다.

현장에서는 공급 중심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계약학과의 중도 탈락률이 10%를 넘는 사례가 확인되고, 졸업생 배출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아 산업 수급 개선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공계 인력이 타 분야로 이동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얼마나 많이 양성하느냐’보다 양성된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정착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가 투자해 길러낸 과학기술 인재가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 전에 다른 분야로 이탈하는 흐름은 이미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AI 인재가 국내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착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양적 확충이 아니라 보상과 산업 연계까지 포함한 전주기 관리가 갖춰져야 글로벌 인재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능 최상위권이 반도체로 향하는 흐름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들이 국내 현장에 정착해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교육–채용–보상–기술보호’로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 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양성은 한국, 성과는 해외’라는 역설이 고착될 우려가 확산. 산업계는 향후 3~5년을 인재 기반 기술경쟁력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 인재 유출 흐름이 이어지면 기업은 인력 확보 난관과 비용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된다”며 “대학과 연구 기관도 연구 역량이 떨어져 산학연 혁신 생태계 자체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단계를 넘어 그들이 국내 산업에 남아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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