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낙엽을 지속가능한 미래의 씨앗으로”
매년 청명한 가을이 오면 울긋불긋한 단풍잎으로 물든 산자락과 하늘 아래로 떨어지는 낙엽이 풍경의 운치를 더한다. 이처럼 나무에 달린 잎은 꼬까옷을 갈아입을 때는 참 아름답고 보기도 좋지만, 찬 바람이 불며 우수수 땅바닥에 떨어진 순간부터는 고민거리가 된다. ‘낙엽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떨어진 낙엽에 새기는 친환경 메시지
낙엽은 ‘가을 낭만’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지만, 때로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제때 치우지 않으면 미관상 좋지 않고, 특히 비에 젖은 낙엽은 미끄러워 통행에 불편을 가져온다. 여기에 더해 바싹 마른 낙엽은 산불 확산의 매개체가 되고, 배수로를 막아 침수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더욱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낙엽을 수거한 뒤 활용하거나 처리 방안이 마땅치 않은 점도 골머리다. 대부분 일반 생활 폐기물처럼 매립되거나 소각하는데, 이때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한다는 우려가 있다. 도시화 이후, 나무와 새롭게 공생하는 과정에서 낙엽이 나무들의 비료가 아니라 인간의 쓰레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렇다 보니 낙엽을 단순한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처럼 낙엽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등장한 스타트업 ‘스코파(SCOPA)’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국민대학교 임산생명공학과와 글로벌기후환경융합전공에 재학 중인 박병영 대표가 설립한 스코파는 버려지는 낙엽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고, ‘낙엽 폐기물’의 고부가 가치 자원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스코파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펄프화 기술을 이용해 낙엽을 셀룰로오스 수준까지 정제하고, 기존 종이 산업과는 다른 저에너지·저수량 공정 모델을 구현하고자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현재 1건의 특허 출원 완료와 1건의 추가 특허 출원 중의 지식재산권화 과정을 밟고 있는 단계로, 산업용 소재나 포장재, 사무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스코파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2025 에코스타트업 지원사업 예비창업 부문에 선발되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같은 해 환경창업대전에서 입선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외부에서도 기술과 사업성을 인정받았다. 박병영 대표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낙엽 등 방치되던 바이오 폐기물을 고부가 가치 산업 소재로 재탄생시켜 자원 재순환과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스코파의 탄생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낙엽 수거, 선별, 세척, 펄프화, 종이 및 포장재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직접 기획·실험 중이다”고 강조했다.
폐기물 저감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스코파의 활동이 주목받는 건 연간 수십만 톤에 달하는 낙엽 등 도시 생물성 폐기물을 자원화함으로써, 폐기물 저감과 생태계 보호 사이클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낙엽 기반 종이는 기존 종이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80% 저감하고, 물 사용량 역시 10~15배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2톤의 낙엽을 친환경 종이로 전환하면 약 17그루의 나무 벌채를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 스코파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등과 협력해 정기적인 낙엽 수거 및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원료의 계절적 특성을 극복함은 물론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져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소재 자체가 시민과 기업의 환경 의식, ESG 경영 참여를 촉진하는 실질적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교육 및 공공 캠페인, 환경교육 자료 제작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박병영 대표는 이 과정에서 ‘완성’보다는 ‘성장’을 우선에 두고 싶다고 강조한다. 환경 분야는 이상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기술적·현실적 난관도 적지 않아 막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결코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코파가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소소하더라도 분명한 변화를 하나씩 쌓아가며 꾸준히 발전하는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의 신뢰와 협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파는 향후 다양한 친환경 종이 및 포장재 라인업 개발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 확대, 표준화된 공정 확립, 실제 고객 대상 파일럿 프로젝트 및 실증 사업 연계 등을 통해 사업화의 기반을 착실히 다져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기업만의 기술 신뢰도와 사업 모델, 협력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정 수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낙엽과 농업 부산물까지 포괄해 각 자원이 가진 특징과 한계, 기술적·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꼼꼼하게 검증하고 있다. 도시·농촌의 바이오 자원을 균형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순환형 바이오 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말을 맺으며 그는 많은 분의 헌신과 응원이 있기에 성장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회적 가치와 친환경 이슈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업이 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도전하고 혁신할 것임을 다짐했다. 박병영 대표의 열정과 진심이 바탕이 되어 환경을 생각하는 모두의 동반자로 스코파가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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