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트플랫폼은 해마다 지역 예술가들을 선발, 이들에게 무료로 작업실을 제공하는 ‘인천청년예술가 스튜디오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작업실뿐만 아니라 강연·비평·리서치 등 창작에 도움되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며, 때로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기회도 제공한다. 2009년 시작한 사업은 16년의 시간이 쌓여 수백명의 예술가를 배출해 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6월 선발된 16기 입주작가들은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E동에 머무르며 각자만의 작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난 작가부터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 해외교류로 인천을 찾은 해외작가까지, 입주작가 11명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1. 순간을 담아내다
몇몇 작가들은 인천 곳곳에서 마주하는 순간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권세진 작가는 인천 바다를 바라보며 수면에 햇빛이 비쳐 일렁이거나, 빗물이 떨어져 퍼져나가는 순간을 담아낸다. 이를 많은 도구 없이도 먹과 공백 단 2가지만으로 표현해 관객에게 바쁜 일상 속 찰나의 고요를 경험하게 한다.
엄기성 작가는 인천 곳곳 철거·재개발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곧 사라질 공간 표면 질감을 반영구적으로 보존되는 세라믹에 탁본한다. 작가는 이를 ‘시간의 그물망’이라고도 표현하는데, 바라보는 관객은 그물망에 걸린 듯 멈춘 도심 속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소영 작가는 우리와 우리 주위를 이루는 흙의 순환에 주목했다. 흙을 사용해 조형을 만드는가하면, 이를 다시 부수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 가게끔 한다. 이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 관객이 순환의 모든 순간을 지켜봄과 더불어, 존재의 유약함을 다시금 느끼도록 한다.
#2. 익숙함을 환기하다
다른 작가들은 익숙함 속에서 우리가 놓치던 내면과 문제를 되돌아보고는 한다. 인천아트플랫폼과 대만피어2아트센터 간 작가교류로 인천을 찾은 쉬셩카이 작가는 뉴미디어 작품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원나래 작가 역시 SNS 속 부자연스럽게 연출된 자연의 모습을 회화로 표현, 인간의 정형화된 미적 기준으로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을 성찰하도록 한다.
최준영 작가는 주취, 무단횡단 등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험하진 않으나 불편한 순간’들에 주목했다. 작가는 이를 ‘가려운 순간’이라고도 표현하는데, 회화에 담아냄으로써 순간에 담긴 인간의 숨겨진 욕구를 드러낸다.
치명타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이 사실 누군가에겐 기울어진 공간이었음을 알린다. 주위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에 담아, 예술이 이들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한다.
#3. 새로움을 시도하다
또 다른 작가들은 종전 회화, 조형, 인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김영미 작가는 밀가루 반죽으로 종이학을 접는 신선한 조형방식을 대중에 선보였다. 찢어지기 쉬운 재료로 복잡한 조형을 만드는 수행적 과정을 바라보고있자면, 관객은 작가가 느꼈던 좌절과 염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강지웅 작가 역시 촬영한 사진을 수개월간 물에 방치하는 특이한 인화방식을 시도했다. 잉크가 번지고 부패한 물에서 곰팡이가 피어 얽히며, 깨끗했던 사진 뒷면에 새로운 이미지가 드러난다. 관객은 훼손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생겨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김영경 작가는 레이저 데이터를 활용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레조그래피(Lazography)’라는 아예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작가는 새로운 재현기법을 활용해 익숙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보인다.
다원예술을 지향하는 정찬일 작가의 작품은 마치 전시와 공연 사이 어딘가를 보는 느낌이다. 작가는 인간의 신체를 감정과 사회적 규칙 등 여러 것이 얽힌 복잡한 존재로 바라보며, 이를 설치미술로 해체해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입주작가들은 연말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무르며 각자의 작품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 오는 20~23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인천아트쇼2025’ 인천아트플랫폼 부스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한번 만날 수 있다.
※ 이 기사는 인천문화재단과 경기일보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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