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려는 최근 논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미국 재무장관 스캇 버스턴은 2일(현지시간)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나, 보건·치안 위협이 되는 펜타닐 원료 유출이 대통령이 비상법(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발동할 수 있는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캐나다에 대해서도 "온타리오 주지사는 이번 사태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버스턴 장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10월 8일,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사용해 서방 제조업 시스템에 타격을 주거나 멈춰 세우려 한 것은 명백한 비상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IEEPA에 따라 100% 관세를 예고한 것은 중국의 조치 지연을 노린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봄, 대통령은 중국산 펜타닐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했고, 이 결정이 결국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며 "펜타닐과 같은 치명적 원료로 매년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숨지는 데, 이게 비상사태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조만간 트럼프 행정부가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구두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IEEPA(1977년 제정)는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 상황에서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한다. 버스턴 장관은 이번에 중국의 희토류·펜타닐 문제를 이 법이 적용 가능한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해 관세 부과의 법적·정책적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진행 중인 반관세 캠페인 광고와 관련해 보복관세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버스턴 장관은 "온타리오 주지사는 어젯밤 야구 경기에서 패하더니, 이번 일로 괴로울 것"이라는 조롱성 발언도 덧붙였다. 실제로 온타리오주는 미국의 관세 확대 움직임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보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버스턴 장관은 인터뷰에서 "온타리오 주지사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 이건 명백한 주권 침해 아니냐"며 "미국의 주권적 관세 정책에 대해 외국 지방정부가 심리전에 가까운 방법을 쓰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캐나다 무역 문제에서 지방정부의 광고가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발언을 통해 미국이 무역, 안보, 산업 정책을 관세와 밀접히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거나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은 이를 곧바로 국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관세를 대응책으로 꺼내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펜타닐 문제까지 관세 논리에 포함시킨 것은 경제 문제가 보건·안보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즉 미국이 관세를 단순한 무역 정책을 넘어서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앞으로 관세가 산업·안보 정책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캐나다와의 마찰이다. 온타리오주의 반관세 광고가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상황에서, 미국은 이를 국가 간 개입이자 심리전으로 규정하며 더욱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미·캐나다 관계는 단순 경제 협력을 넘어 외교·안보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미국이 IEEPA 적용을 관세 부과의 공식 근거로 삼을 경우, 국가 비상사태로 판단되는 산업·소재·보건 분야에서 관세를 한층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이나 우방국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 역할을 하는 국가는 이번 미국의 전략이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도 희토류, 배터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와 미국의 관세 리스크가 교차 작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관세가 어느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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