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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찾은 신선대감만터미널은 안벽 크레인이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릴 때마다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와 기계가 내는 경고음이 선선한 바닷바람을 타고 귀를 울렸다.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야드트랙터는 선적 순서를 맞추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흥아해운·남성해운·고려해운 등 국적선사 로고가 새겨진 컨테이너들이 서너 개씩 야드에 층층이 적재돼 있었다. 부두에서는 최대 8척의 선박이 동시에 접안해 컨테이너를 부리는 장면이 이어졌다.
최근 6~7월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수출 물량 관세 부과를 앞두고 화물이 몰리며 장치율이 일시적으로 치솟았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현재는 물동량이 다소 안정된 상태다. 다만 선박 입·출항이 집중되는 금요일과 주말은 여전히 터미널이 바쁘게 돌아간다. 배 한 척은 보통 12~36시간 머물며 작업을 마치고 다시 항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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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은 한국 수출입 물류의 관문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61.6%, 컨테이너 환적 물량의 97.2%가 이곳을 통해 움직였다. 이 가운데 북항은 부산항 전체 24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중 657만6000TEU(26.9%)를 담당했다. 신선대감만터미널의 연간 처리량은 430만TEU로, 지난해 인천항 전체 처리량(356만TEU)을 웃돈다.
북항이 담당하는 항로는 중국·일본·동남아 등 연근해 노선 중심이다. 반면 2006년 개장한 신항은 미주·유럽 등을 향하는 원양 서비스의 핵심 거점이다. 조문대 BPT 영업팀장은 “연근해항로는 시황 변동성이 큰 만큼 선사 간 공동운항이 잦고 선복 조정 속도가 빠르다”며 “북항은 국적선사 파트너가 밀집해 있어 선복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 BPT 물동량은 2016년 300만TEU에서 지난해 390만TEU, 올해는 430만TEU 수준까지 늘었다. BPT는 현재 신선대 5개 선석과 감만 2개 선석을 운영 중이며 내년 감만 2선석이 추가돼 총 8선석 체제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연간 처리능력은 460만TEU에서 520만TEU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북항은 단순 물류 거점이 아닌 국가 물류망의 안전판 기능도 맡고 있다. 만약 모든 물류가 신항으로 단일 집중되면 운항 차질·재해·노사 이슈 등이 발생했을 때 항만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북항은 이런 상황에서 비상 운용이 가능한 ‘세컨드 포트’(Second Port) 역할을 한다. 조 팀장은 “모든 물류가 신항으로 쏠리면 사고나 지연 발생 시 국가 물류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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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대감만터미널의 최대 강점은 장비 대응력이다. 터미널은 안벽크레인 26기를 보유 중이며 이 중 7기는 대형선(22열), 5기는 20열, 14기는 14열급 선박을 처리할 수 있다. 조 팀장은 “선박 대형화가 계속되는 만큼 장비가 선박 크기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력이 저하된다”고 했다. BPT는 이미 1만4000TEU급 선박 처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터미널 운영사인 BPT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설비 자동화다. BPT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약 977억원을 투입해 △안벽크레인 원격운전 △자율주행 운반장비(IGV) 도입 △무인 야드크레인 확대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신선대는 내년, 감만은 2027년까지 안벽 100%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안전 강화를 위해 디지털 가상 게이트도 도입했다. 대형 화물차가 빈번하게 드나들면서 증가했던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부산항만공사(BPA)와 공동 개발에 착수, 올해 6월 ‘디지털 프리게이트’(Digital Pre-Gate)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현장에 시범 적용한 결과 4개월 만에 이용률이 83%까지 올라갔다.
이정행 BPT 대표는 “회사는 안전을 경영 최우선 가치로 두고 위험 요인을 92%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며 “하역 장비 업그레이드, 재해 예방 시설 확충, 협력사와의 공동 안전 보건 활동으로 대한민국 해운항만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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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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