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추진해 온 위성 감시망 구축 사업의 최종 단계인 정찰위성 5호기가 2일 발사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된 '425 사업'이 완료되면서 북한의 미사일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제거하는 '킬체인'이 한단계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5기의 정찰위성은 지상에 있는 30㎝의 물체까지 정확하게 식별 가능하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거점과 배치 및 이동 등 북한군 주요 동향을 2시간에 한 번씩 들여다보게 된다.
군은 앞으로 20여 기의 소형 위성, 40여 기의 초소형 위성도 발사해 대북 감시 주기를 30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전자광학·적외선 위성 1기와 SAR 위성 4기 등 5기로 北타깃 감시·정찰
우리 군의 정찰위성 5호기가 2일 우주궤도 진입 후 지상국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정찰위성 5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은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9분(현지시간 2일 오전 1시 9분)에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발사 14분 만인 2시 23분께 팰컨9의 2단 추진체에서 분리돼 목표궤도에 안착한 정찰위성 5호기는 3시 9분 지상국과 교신에 성공했다. 팰컨9이 발사된 지 1시간 만이다.
5호기는 앞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위성의 성능을 확인하는 우주궤도시험을 수행하고, 군 주관으로 진행하는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본격적으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날 발사된 5호기는 우리 군의 중대형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425 사업'의 마지막 정찰위성이다.
425 사업은 약 1조3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탐지하고 종심지역 전략표적을 감시하기 위해 군 정찰위성을 확보하려는 사업이다.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 1기(1호기)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2∼5호기) 등 정찰위성 총 5기를 배치하는 것으로, SAR의 발음 '사'와 EO의 발음 '이오'를 합쳐 425(사이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이번 5호기 발사 성공으로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전력이 적기 확보돼 킬체인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킬체인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려 할 경우 사전에 이를 탐지, 제거하는 군사 작전을 가리킨다. 정찰위성의 능력이 고도화할수록 탐지부터 제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화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번 5호기 발사 성공으로 우리 군은 킬체인의 핵심인 '더욱 정교하고 밝은 눈'을 갖게 됐으며, '24시간 전천후'로 한반도 전역을 감시 정찰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을 완성했다"고 발사 성공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국방부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욱 더 용맹정진해 대한민국 국방우주력을 지속 발전시켜 자주국방의 토대를 굳건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상도 30㎝' 킬체인 능력 고도화…김정은 동선도 감시
'425 사업'의 마지막 정찰위성인 5호기까지 2일 발사에 성공하면서 대북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질 전망이다.
앞서 발사한 1∼4호기와 함께 총 5기의 정찰위성을 군집 운용하면서 북한의 도발 징후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되는 덕분이다. 북한 내 특정 표적을 2시간 단위로 입체적으로 감시·정찰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호기는 전자광학(EO)과 적외선(IR) 촬영 장비를 탑재했는데,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흐린 날에는 임무 수행이 제한된다. 우리나라가 흐린 날이 70%에 달하는 점을 고려, 2~5호기는 SAR 장비 탑재 위성으로 확보했다.
특히, 5호기는 2∼4호기와 같은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해 주·야간 및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전천후 초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군 당국은 5호기까지 발사에 성공함에 따라 위성 군집 운용을 통해 한반도 재방문 주기를 추가로 단축할 수 있게 됐고, 표적 특성에 맞는 센서(EO·IR·SAR)를 활용해 북의 도발 징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성 군집 운용은 위성 여러 대를 동일한 임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정보 획득 기회가 많아지고 관측 각도가 다양해지며 위성 고장 등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안보 영역이 우주로 확장되고 있는 최근 국제정세를 고려해 국방 우주력 강화와 국내 위성개발 경험 축적을 통한 우주강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한편, 방사청에 따르면 425사업과 별도로 초소형 위성사업도 40여 기 규모로 2022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초소형 위성체계 개발사업은 한반도와 주변 해역의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감시하고 국가 우주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위성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내년 하반기 초소형 SAR 검증 위성이 우주에 발사될 예정으로,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사가 진행된다.
北, '만리경 1호' 발사 후 진척 없어…사실상 중단 상태
북한도 정찰위성 개발 및 발사를 통한 정찰 능력의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지난 2021년 관련 사업 추진을 결정하고 2022년부터 이를 공개적으로 이행해 왔으나,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23년 5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체인 '천리마 1형'에 실어 발사했으나 발사체의 기능 고장으로 인해 중간에 추락하면서 발사에 실패했다. 같은 해 8월에 2차 발사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실패했다.
3개월여 뒤인 같은 해 11월에 단행된 세 번째 발사 때는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기능해 위성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위성용 촬영 장치의 해상도는 '구글 어스'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만리경 1호'가 북한군 전력에 보탬이 되는 정찰위성의 역할을 하긴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확한 정찰 활동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위성이 군집을 이뤄 특정 지역을 적은 시간차를 두고 촬영하는 것이 핵심인데, 북한은 지난해 5월에 '만리경 1-1호' 발사에 실패한 뒤 추가 발사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2021년 1월 시작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와 함께 무인정찰기, 군사정찰위성 확보 등을 '5대 핵심 과업'으로 설정했다. 지난 2023년부터 이뤄진 러시아와의 밀착에 따라 정찰위성 관련 기술의 전수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유독 이 분야와 관련해선 북러 간 밀착의 흔적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찰위성 사업의 핵심은 발사체 못지않게 고해상도의 촬영 장비를 갖추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용 촬영 장비가 첨단 기술이 필요한 각국의 전략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북러 밀착이 심화해도 러시아가 이 기술이나 장비를 북한에 그대로 넘겨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사업이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