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영웅: 탄핵 정국 주도 선봉장으로
'윤석열 정부 파괴자' 명성 얻은 오동운 공수처장
그간 뭔 일이 있었길래,되레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
오동운(56)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임기 궤적은 한국 신설 사정기관장이 마주하는 정치적 딜레마의 가장 극명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을 가속화하며 당시 야권이던 민주당의 '이재명 정권 창출 1등 공신'으로 추앙받던 그가, 정권 교체 이후 불과 몇 달 만에 특별검사팀(특검)의 수사 대상, 즉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것은 정치 사법 역사에 남을 비극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오동운 처장이 이재명 정부 탄생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수사에서 보여준 전례 없는 강경 자세 때문이었다. 이런 수사 방침은 공수처의 수사 역량과 존재감을 정치적으로 극대화하는 동시에, 당시 야권인 민주당의 목표였던 윤석열 정권 심판에 가장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었다.
전직 대통령 ‘강제 구인’ 강행 의지 표명
'내란죄 수괴' '도망자'프레이밍을 씌워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 심사 불응이 계속 이어지자,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강제 구인 시도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전직 대통령의 사법적 위기를 정치적 위기로 증폭시키는 초강수였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오동운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내란죄 수괴와 내란죄 종사자에 대해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열심히 수사하려는 의지를 공수처 수사관들이 모두 가지고 있다"고 공언했다 .
더구나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지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다며 '숨거나 도주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시사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오동운 공수처장의 이런 '윤석열 내란죄 수괴'와 '윤석열 도망자' 프레이밍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적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며,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정권 심판 명분을 확고히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오동운 공수처장 행보에 대해 당시 여권이던 국민의힘은 '대통령 망신 주기'를 위한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맹렬히 비판하며, 그를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오동운 공수처장의 행보가 야권이던 민주당(당시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목표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부응했는지를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뜻밖에 '채 상병 사건'으로 역풍을 맞아
특검팀 수사방해와 고의 지연 의혹을 사
그러나 오동운 공수처장은 새로운 권력인 이재명 대통령 측과 민주당의 가장 민감한 현안, 즉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처리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판을 하면서 불화의 씨앗을 뿌렸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강경 수사로 공수처의 입지를 다지려던 시도가, 정권 교체 후에는 '수사 지연 및 뭉개기' 의혹으로 되돌아와 현정권의 '미움'을 사게 된 셈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채 상병 특검팀이 공수처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오동운 처장 체제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는커녕 '정치적 시계'에 맞춰 수사를 조절하려 했다는 심각한 정황까지 드러난 것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진술에 따르면, 당시 공수처 지휘부(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출마했던)대선을 앞두고 사건 관련자를 소환하지 마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는 정치일정을 고려해 수사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려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구나 공수처 지휘부는 채 상병 특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는 "특검법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필요하니 조사를 서둘러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정황도 조사됐다.
이런 정황들은 공수처가 윤석열 정부의 몰락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였음을 시사한다. 새로운 집권 세력(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압'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청산해 정치적 동력을 얻길 바랐으나, 공수처의 '뭉개기' 의혹은 이들의 목표에 심각한 '방해'가 된 셈이다. 또한 특검팀은 공수처 지휘부가 통신 및 압수수색 영장 결재를 미루는 등 고의적인 수사 방해 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같은 '수사 지연 의혹'은 현 정권의 심각한 불신, 즉 '미움'으로 이어졌다. 결국 채 상병 특검팀은 오동운 공수처장 본인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고, 심지어 공수처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단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 윤석열 정부의 정적을 향해 강경한 칼을 휘두르던 오동운 공수처장이, 이제는 그 공을 인정받아야 할 시점에 새로운 권력의 칼날에 정면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오동운 처장은 지난 1일 특검 출석 당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정상적인 수사활동 과정 중의 일"이라고 해명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가 변호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구속기소)의 변호를 맡고도 2024년 7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위증한 사실]을 1년 가까이 대검찰청에 통지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다.
국회는 그해 8월에 송창진 전 부장검사를 공수처에 위증혐의로 고발했고,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 사실을 무려 344일 뒤인 올해 7월29일 대검에 통보했다. 공수처법 25조1항은 '공수처장은 수사처검사의 범죄혐의를 발견한 경우에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찰청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검사의 비위는 공수처가, 공수처 검사의 비위는 검찰이 수사하도록 상호 견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수처법이 통보 의무만 정하고 있지, '언제까지 이를 알려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는 지적이. 오동운 공수처장이 특검에 출석하면서 말한 "(통보 시간이 늦었을 뿐)정상적인 과정이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찌됐건 오동운 처장의 비극적 전락은, 검찰 개혁의 산물로 태어난 공수처가 제도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권의 성격에 따라 역할이 규정되는 구조적 취약점을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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