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 전세자금대출이 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이 빠르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385억 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월에도 전세자금대출은 344억 원 줄어든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2024년 4월(6,257억 원 감소) 이후 18개월 만에 최대치다.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 역시 눈에 띄게 둔화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 2,531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 2,683억 원(0.21%) 증가했다.
이는 9월 증가폭(1조 3,135억 원)보다 줄어든 수치로 지난 10월(1조 923억 원) 이후로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10·15 대책의 직접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를 단행했는데, 이에 따라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던 수요자들이 매입 자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거래 자체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여파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 3,718억 원으로 전월보다 2조 2,769억 원(0.30%) 증가했다.
실거주 의무 없는 경매 시장으로 수요 몰려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 가장 낮았던 1월(-4,762억 원)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5~8월 평균 월간 증가폭(약 5조 원 안팎)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편, 갭투자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투자 수요는 경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2.3%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월(110.0%) 이후 3년 4개월 만에 100%를 다시 넘긴 수치다.
경매 시장 과열의 배경에는 일반 매매시장 시세 상승으로 감정가가 실제 가격보다 낮게 평가된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인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로 경매에 몰렸기 때문이다.
경매로 취득한 주택은 토허구역 내에서도 별도의 거래 허가나 2년 실거주 의무가 없으며, 주택담보대출만 받지 않으면 낙찰 직후 전세를 놓을 수 있기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위원은 "토허구역 지정으로 일반 거래량은 줄었지만, 감정가가 낮게 책정된 일부 단지에서는 고가 낙찰이 잇따르고 있다"라며 "수요가 몰리는 도심권과 외곽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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