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최대 관문'으로 여겨지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이어진 이번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는 G1과 G2라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시에 국빈방문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지난 일주일간 한미·한중·한일·미중·미일·중일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리는 '대형 메가 외교 이벤트'였다.
또, AI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를 비롯하여 1700여개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찾았다.
국제 경제 및 안보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에 열린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를 기반으로 한미 관세협상, 미중 무역전쟁, 한중 관계 등 여러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며 21개국 회원국이 합의한 '경주선언' 채택에도 성공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3개월 간 표류하던 한미 관세협상을 타결지으면서 동시에 30년 숙원이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길을 열었다. 또한,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의 기본 인프라가 될 최신 GPU도 26만장 확보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 3년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31일 만찬 공연에서 본 나비가 참 아름다웠다"며 "내년 선전시까지 날아와 노래하면 좋겠다"며 한한령 해제를 시사했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눈이 쏠린 가운데 양국이 무역전쟁을 '휴전'하기로 합의하는 성과도 있었다.
[한미정상회담] 관세협상 극적 타결…트럼프 "한국이 협상 제일 잘했다"
李대통령 'K-핵잠' 승부수에 30년 숙원 성과...트럼프 "핵추진 잠수함 승인"
무궁화 대훈장·천마총 금관 받은 트럼프, 한미관세-핵잠 건조 승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양국이 3500억 달러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자칫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던 상황이었으나 이날 정상회담 후 양국은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중 2천억달러를 현금(지분) 투자로 하되 연간 투자 상한을 최대 200억달러로 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3500억달러 중 5% 안에서 현금 투자를 하고 대부분을 보증으로 채우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 결과를 내세워 '백지수표' 식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후 양국 실무진이 여러차례 만나며 접점을 찾아갔고 정상회담 직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문자 협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한국을 향하고 있던 러트닉 장관에게 "연 200억달러 이상은 불가"라는 최후통첩 문자를 보냈고, 러트닉 장관이 이를 받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기로 양보했고, 미국은 1년에 최대 200억달러의 한도 설정을 수용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5500억달러를 현금투자해야 한다. 또한, 투자처 선정, 투자 이익 배분 등과 관련해서도 한국 측의 입장이 추가로 수용돼 일본에 비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한미 관세 협상 합의가 최종 결정되면 경쟁 상대인 일본, EU보다 지연되던 자동차 관세가 인하(25→15%) 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관세도 경쟁 상대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게 된다.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30년 숙원 사업이던 핵 추진 잠수함 도입의 길을 열게 된 것은 안보 분야 최대 성과로 꼽힌다.
여기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K-핵잠수함' 승부수가 빛을 냈다.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는 예상에도 없던 전격 발언을 했고, 이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튿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단 이틀만에 벌어진 역사적 승부수가 30년 K-핵잠의 숙원을 푸는 길을 열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주최 정상 특별 만찬에서 이 대통령과 한국을 향해 "관세협상을 제일 잘한 리더이자 국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상회담 당시 공개 모두발언으로 '핵추진 잠수함' 의제를 언급한 점도 "대단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천마총 금관을 본뜬 모형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직접 싣고 가겠다고 해서 그게 가능한지 우리 측에 급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오벌오피스(백악관 집무실) 내 어디에 둘지도 이미 정해놨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깐부' 젠슨 황] 방한 선물 최신 GPU 26만장 확보…'AI 3대강국' 인프라 조성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26만장이나 확보한 것도 큰 성과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26만장의 GPU 공급을 약속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2030년까지 확보를 목표로 했던 5만장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는 확보한 GPU를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및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은 각각 최대 5만개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개의 GPU를 도입한다.
전 세계적으로 GPU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브리핑에서 "원래 있던 GPU 4만장에서 26만장이 들어오면 합해서 30만장 정도가 되고, 그 숫자면 (세계 AI) 3강"이 라고 말했다.
하 수석은 "우리는 GPU 확보한 것으로 AI 모델을 하나 만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 산업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AI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GPU 26만장을 추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씨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PU) 공급이 늘지 않고 있는데, 공공 분야에서 5만장을 최대한 빠르게 공급하는 데 (엔비디아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제공하는 것을 국가대표 AI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활용해서 원천기술이나 응용 분야에서의 (개발)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엔비디아 젠슨 황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깜부 치맥'으로 유명해지면서 이제는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해졌고 한국과의 신뢰와 우정을 매우 돈독히 쌓았다. 그야말로 젠슨 황은 한국과 '깐부'를 맺었다.
'깐부'는 영화 '오징어게임'에서 대사로 대중화됐는데, 어린이들이 딱지치기, 구슬치기 놀이를 할때 서로 편을 맺고 하는 짝꿍, 동반자라는 뜻으로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를 뜻한다.
[한중정상회담] '나비 외교' 펼친 李, 국익·실용 기반 외교로 한중관계 전면 복원...'평화, 협력, 번영' 공감대
이 대통령 "한중관계 전면적 회복, 전략적 협력 동반자...머지않은 시일에 중국 찾아 양국 발전"
윤석열 정부 3년간 얼어 붙었던 한중관계 복원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정상회담을 한국에서 갖고 양국간에 단절된 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한중 양국의 '평화와 협력, 번영'에 공감대를 이루었다.
11년만에 방한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 대통령과 첫 만남은 어색함과 긴장을 털고 문화공연 주제인 '나비' 이야기를 나누며 양국의 연결성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비외교'로 관계를 회복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1일 97분간 이어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안정적 관계 관리'와 '경제·민생'에 초점을 맞췄다.
양 정상은 '한중 양해각서 및 계약 교환식'도 별도로 열고 총 6건의 양해각서와 양국 중앙은행간 통화스와프 계약서 1건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양국 중앙은행 간 맺은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는 5년 만기 70조원 규모로 양국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교역증진에 대한 기여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MOU'를 비롯해,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MOU',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MOU',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MOU',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 등을 체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對)중국 외교를 통해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한중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권피탈 시기 어려움을 함께한 역사적 경험과,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 협력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사드 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도 커졌다.
지난달 31일 환영 만찬 말미엔 '나비, 함께 날다(Journey of Butterfly: Together, We Fly)'를 주제로 한 문화 공연이 펼쳐졌고 이 과정에서 로봇 나비가 등장해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시 주석은 1일 APEC 정상회의 본행사 공식 폐막 후 이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은 뒤 전날 공연에서 본 나비를 화제로 꺼냈다.
그는 "어제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이 대통령이 제게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리실 것인가요'라고 질문해 '여기(경주)의 이 아름다운 나비가 (차기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중국의)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언급했다.
이후 열린 내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도 시 주석이 앞서 언급한 '나비 대화'를 더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 공연에서 관객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가 시끄러워서, 제가 시 주석님께 '나비는 원래 조용히 나는데 이 나비는 모터 소리가 난다. 내년엔 소리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려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시 주석께서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경주APEC의 엠블렘인 '나비'는 21개 회원과 지역간 연결(Connect)·번영(Prosper)·혁신(Innovate)을 의미한다. 또하나의 엠블렘인 '수막새'(보물)은 한국문화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신라 천년의 미소로 APEC 회원국 및 지역의 한국 방문 환영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페이스북에 이번 첫 한중정상회담에 대해 <한-중 역사를 넘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갑시다> 는 제목의 글에서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밝혔다. 한-중>
이어 "시 주석이 초대의 뜻을 밝히신 만큼, 머지않은 시일 내 중국을 찾아 양국이 한층 더 가까운 이웃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며 중국에서 2차 한중정상회담의 뜻을 밝혔다.
['세기의 담판' 미중정상회담] 경주APEC 계기로 G1-G2 무역전쟁 '휴전' 합의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G1, G2간의 '세기의 담판' 미중정상회담도 한국 부산에서 열렸다.
동시에 국빈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세계 경제질서의 향방을 결정짓는 양국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앞서 양측은 올해 세자릿수 관세를 주고받다가 지난 5월 고위급 무역 협상 이후 일시 '휴전'했으나 약 한 달 전부터 다시 갈등이 고조됐다.
미 상무부는 통상 블랙리스트를 확대, 중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를 활용해 미국 규제를 우회하던 '구멍'을 메우기로 했고, 중국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으면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통제를 강화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대만 등 민감한 문제는 제쳐뒀고 상대방을 자극할만한 발언도 자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이며, 우리는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했고, 시 주석은 "중국의 발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담 후 양측 발표를 보면 미국은 중국에 부과 중인 펜타닐 마약 관련 세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고, 대중국 상호관세 24%에 대한 유예도 1년간 계속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대중국 추가 관세 100%도 없던 일이 됐다.
또 9월 이후 내놨던 미국의 '통상 블랙리스트' 확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등의 시행을 1년 미루기로 했고, 양측은 상대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등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은 또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이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미 중서부 지역 표심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은 "미국 측과 적절히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고, 이후 시 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답방할 계획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다.
앞서 중국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공을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회담이 이뤄진 만큼, 이번 만남은 5∼6개월 뒤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둔 '상황 관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개국 정상 '연결, 혁신, 번영' 담은 '경주선언' 채택…'문화창조산업' 협력 첫 명문화
준비과정 우여곡절에도 성공 마무리…APEC 효과 7조4천억원 추산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경주선언'이 채택됐다. 트럼프 대통령발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1개 회원국이 '경주선언'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APEC에서 WTO 개혁을 둘러싼 미중 입장차로 공동선언 도출이 불발되고, 의장국 파푸아뉴기니가 의장성명을 발표하는 데 그친바 있다.
하지만 21개 회원은 지난한 협상을 거쳐 1일 APEC 정상들의 공동 합의문인 '경주 선언'을 타결하는 데 결국 성공했다. 의장국으로서 이 과정을 이끈 한국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경주선언에는 '연결, 혁신, 번영'의 2025 경주APEC 비전과 주제를 기본 골자로 잡았다.
대통령실은 '경주 선언' 발표 보도자료에서 "정상회의 당일까지 문안 타결을 위해 밤샘 협상을 진행하며 미, 중, 일, 러 등 APEC 회원간 입장 차이를 중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경주선언을 비롯한 주요 성과문서 3건 모두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APEC의 가치와 원칙에 대한 도전 등 불리한 협상 여건 속에서도 다자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최근 무역·관세 등을 둘러싼 미중간 강경 대치 흐름을 극복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양측이 모두 동의하는 문안에 합의했다"고 자평했다.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AI) 발전과 인구구조 변화라는 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공동 도전'을 APEC 의제의 전면에 끌어내는 등 돌파구도 모색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AI 관련 최초의 정상급 합의문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준비기간이 워낙 부족해 행사 진행에 차질도 우려됐다.
개최지 결정 이후 준비 기간이 16개월 있었으나 계엄 선포, 대통령 탄핵, 대선 등 국내 정치적 상황이 만만치 않았다.
실제 APEC 행사를 위한 정상회의장, 국제미디어센터, 만찬장, 경제전시장 등 4개의 주요 시설물 공사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시작됐다.
이 때문에 9월 말에서야 대부분 시설물 공사가 끝났고 행사 직전까지 주차장 포장, 인테리어 작업, 집기 설치 등 작업이 진행되는 숨가쁜 과정이 이어졌다.
정부와 경북도·경주시는 준비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기존 시설을 이용하고 비교적 간결한 시설물을 짓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숙박시설이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주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 4천463개, 10㎞ 이내에 1만2천812개의 숙소를 준비했다.
이와 별도로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주와 가까운 포항 영일만항에 대형 크루즈선 2대를 띄워 각국 최고경영자(CEO)가 묵을 숙소로 활용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취임 이후 APEC 행사 전까지 8차례 방문해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했고 여야 정치권도 연이어 방문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대한상의가 딜로이트 컨설팅과 공동 분석한 결과 올해 APEC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7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활성화와 내수 소비 활성화 등이 포함된 단기 직접 효과는 3조3천억원으로, 경제·사회적 편익 등 중·장기 간접효과는 4조1천억원 수준으로 각각 분석됐다.
與 "역대급 성공, 외교동맥경화증 확 트여 국운상승의 길로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APEC 성공은 이재명 정부와 함께 국난을 극복한 국민 모두의 성공이라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가 '경주 선언' 채택을 끝으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저력과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다시금 보여준 역사적인 국제행사였다"고 평가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정상외교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며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또한 대한민국은 세계 외교의 중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경제·문화·안보 전 분야에 걸친 국가 경쟁력을 당당히 증명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가 국익과 국민의 삶으로 이어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아울러 정부의 후속조치가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과 관세협상, 중국과 관계복원. G1, G2를 상대로 실리, 실용외교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며 "국격은 높아지고 국익은 최대화 됐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도 잡았다. 정치·경제·안보 측면에서 미-중 사이에서의 실리추구 균형외교가 빛났다. 국익이 최고다"라고 적었다.
다른 게시물에선 "트럼프는 '부정선거가 없다'고했고, 시진핑은 대중문화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G1, G2를 상대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이재명 대통령의 APEC의 외교성과, 엑설런트(excellent)하다. Very Good"이라고 썼다.
정 대표는 또다른 '이재명 대통령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는 게시물에서는 "역대급 성공"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내란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에 더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익을 함께 드높인 2025 경주 APEC의 역대급 성공에 감사드린다"며 "이재명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지난 3년간 막히고 중단되었던 외교의 물줄기가 확 트여서 국운상승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외교의 동맥경화증이 뚫리고 막혔던 외교의 기와 혈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려웠던 이국과의 관세협상에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자동차 AI(인공지능)의 활로가 활짝 열렸다"며 "핵추진잠수함의 건조승인으로 자주국방과 튼튼한 안보도 한층 강화됐다"고도 했다.
또 "중국과의 관계회복과 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중국 관광객들도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라며 "한국의 관광, 숙박, 화장품, 미용도 활기를 더 띨 것입니다. 한한령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국힘 "경주 선언 채택 환영…한중, 빈손회담"
국민의힘도 '경주 선언'이 채택된 것을 환영하며 "혁신과 번영의 정신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경제 협의체를 넘어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복합적인 외교 무대였다"며 "세계 21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한국 경제와 K-문화를 알리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기회의 장으로 삼기에 충분했다"고 호평했다.
이어 "한미, 한일,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중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국가 간에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고 논의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경주 선언을 두고 "불확실한 국제 질서 속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새로운 협력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성장의 공통 의제를 함께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인공지능(AI), 인구구조 변화, 문화창조산업 등 다가올 세대와 산업의 지형을 바꿀 핵심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만큼 이번 선언이 아태 지역이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준비하는 실질적 협력의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이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는 전 국민의 간절한 염원이 모인 결과"라며 " 준비에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경주 시민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다만, 한중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빈손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등과 같은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한한령 해제, 서해 인공구조물 철거 등 한중 관계의 핵심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나 진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 보복 이후 8년째 계속 중인 현실적 문제들에 침묵한 회담을 두고 '관계 복원'이라 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진정한 실용이 되려면 공허한 수사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와 외교적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중·러 군사협력은 점점 노골화되고,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장을 고도화하며 위협 수위를 높여가는 냉정한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북·중 교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북한과 대화 재개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안일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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