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어렵게 사는 어르신들이 깨끗하게 빨아 온 이불을 받아 들고 ‘오늘은 따뜻하게 잘 수 있겠다’고 말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성남에서 어려운 이웃의 이불을 세탁해 주는 나눔세탁봉사단 김석겸 단장(73)은 봉사 활동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2008년 3월 창단된 봉사단은 김 단장을 비롯해 16명의 단원이 활동 중으로 80%가 과거 세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다. 세탁업을 하다 보면 단골인손님들이 세월이 흘러 어느덧 70, 80대가 돼 어렵게 살아가는 것을 본다. 과거 고객이자 이웃이던 노인들을 조금이나마 돕자는 취지로 봉사단이 꾸려졌다.
처음에는 봉사단이 꾸려진 취지와 달리 어려운 이웃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김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은 행정복지센터나 장애인복지관 등 직접 발로 뛰며 발품을 팔고 다닌 노력 끝에 매달 대상자를 전달받아 봉사에 나선다.
봉사단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3인1조로 나뉘어 홀몸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의 이불을 수거해 와 상대원동의 한 공장에 가져가 본격적인 세탁을 시작한다. 이후 오후 3시쯤 뽀송하게 말려 다시 배달하고 있다.
또 상태가 좋지 않은 이불은 새 걸로 교체해 주기도 하며 이불을 배달하면서 홀몸노인들의 심부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약을 대신 사다 주거나 형광등을 갈아주는 일, 간단한 집수리를 해주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봉사단은 17년간 총 175차례 이불 세탁 봉사를 펼쳤다. 세탁한 이불만 해도 2만장이 넘는다.
김 단장은 “주로 성남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어려운 홀몸노인 등을 대상으로 봉사하고 있다”며 “세탁한 이불을 다시 돌려드릴 때 노인들이 이불에 손을 넣은 뒤 ‘따뜻하다’고 웃으시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다.
애초 김 단장은 과거 세탁공장을 운영했는데 봉사단 초기에는 협찬사로 참여했다. 당시 세탁할 이불이 워낙 많아 각 세탁소에서 처리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공장에서 직접 세탁·건조 등을 도운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탁 봉사에 본격 참여하게 됐고 이후 2012년부터 단장을 맡아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10년은 더 회원들과 세탁 봉사를 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봉사단 평균 연령이 60대다 보니 봉사의 폭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봉사단은 단원들이 있는 한 없어지지 않는 영원하다”며 “항상 우리보다 낮은 곳에 계신 분들이 많아 작은 손길이 조금이나마 우리 이웃들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늘 이웃 옆에 함께 있는 봉사단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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